어랭이는 어랭놀래기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표준어로 놀래미라는 작은 생선을 이르는데 제주사람들은 통상 작은 생선들을 모두 어랭이라 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그냥 모두 싸잡아 ‘잡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잡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지만 제주사람들에게는 ‘어랭이’라는 표현이 어딘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많이 잡히는 것들이었는데 최근에는 이 작은 생선들조차 잘 잡히지 않는다.

제주사람들은 사철 갯바위 낚시를 즐겼다. 여자 삼촌들이 물질 나간 사이 남자 삼촌들은 딱히 할 일이 없는 날은 갯바위 낚시를 간다. 거기에 나이 어린 아들들도 덩달아 따라나서기도 했고, 어린 시절 대나무에 정실을 묶어 이른바 ‘고망낚시’로 단련되면 보통 10대 중반이 넘어서는 간혹 씨알 굵은 도미 종류도 낚곤 했다. 제주 바다는 그렇게 풍부한 생선을 제공해준 고마운 식량 창고였다.

그렇게 갯바위에서 잡아 온 어랭이는 비늘만 대충 거슬려서 석쇠에 굽거나 간장 양념에 지진다. 풋고추 한두 개 대충 썰어 넣고 마늘 한두 알 다져 넣으면 다른 양념이나 부재료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지만 간혹 그날의 수확이 시원치 않아서 식구들 수대로 먹기에 모자라는 날에는 얼갈이배추나 열무를 같이 지지기도 한다. 그렇게 만든 어랭이 지짐은 식어도 비리지 않고 짭짤한 밥도둑 역할을 충실히 한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저녁, 마당에 멍석 깔고 햇보리밥을 한낭푼이 떠 놓고 우녁밭에서 부루, 깻잎, 콩잎 따다가 멜젓에 날된장을 퍼 놓고 시큼한 초마기(열무) 짐치 담아 올렸다. 묵은 된장 풀어 만든 물웨(노각)냉국을 식구들 수대로 떠 놓고 어랭이 지짐을 냄비 채로 가져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소박하지만 행복한 저녁을 함께했던 제주의 여름 저녁이 그리워지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이다.

   
 

▲재료

어랭이 400g·진간장 2큰술·국간장 2큰술·설탕 2큰술·다진 마늘 1큰술·생강즙 1작은술·식초 1큰술·고춧가루 약간·식용유 1큰술·물 1컵·후추 약간

▲만드는 법

①어랭이는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서 냄비에 담는다.

②간장, 설탕, 다진 마늘, 생강즙을 섞어서 양념장을 만들고 생선 위에 뿌린다.

③물에 식초를 섞어서 어랭이가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부어서 조린다.

④어랭이가 익을 때쯤 식용유를 뿌리고 고춧가루를 뿌린 후 가볍게 더 조린다.

▲요리팁

①신선한 어랭이는 쓸개만 제거하고 다른 내장은 같이 조려도 무방하다.

②식초는 생선의 뼈를 부드럽게 한다.

③고춧가루 대신 청양고추를 직접 썰어 넣어도 칼칼한 맛이 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