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짓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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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이름(Name)은 성(姓) 아래에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명칭이다. 넓게는 성과 이름을 모두 합쳐 이름이라고도 한다. ‘이르다(謂)’나 ‘말하다’는 뜻을 가진 옛말 ‘닐다’’에서 출발해 ‘닐홈-일홈-이름’’으로 변해 왔다. 사람들이 그를 이르는 게 곧 이름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든 좋은 이름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믿음이 전해 온다. 미래를 밝혀줄 나침반이고 성공의 바로미터라는 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작명(作名)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던 이유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들이 가장 고심하는 게 이름 짓기다. 좋은 이름을 내 아이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이름의 또 다른 사전적 정의는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름이 없다는 건 다른 것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기에 세상 모든 만물은 이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다른 것과 구별되기 위한 이름의 가치는 달리 설명이 필요 없다.

잘 만들어진 이름은 부르거나 기억하기 쉽다. 나아가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되면서 제품의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실제 나이키, 코카콜라 등의 이름은 운동화, 콜라 등의 제품을 떠올리게 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잘 지은 이름이 대박을 친 셈이다. 각 분야에서 이름 짓기(Namingㆍ네이밍) 전쟁이 벌어지는 까닭이다.

▲정치권에선 이름 짓기, 이른바 네이밍 전쟁이 일상이다. 제대로 먹히면 상대를 제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참여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놓고 한나라당은 ‘세금 폭탄’이라고 공격한 게 대표적인 예다. 상위 1.2%에 해당되는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법이었음에도 전 국민에게 부과되는 것처럼 비쳐져 노무현 정부는 집권 내내 발목이 잡혔다.

반대 사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미디어법과 금산분리 완화법 등 여러 쟁점 법안을 한데 묶어 ‘MB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법안 통과에 애를 먹었음은 물론이다. 거기에다 법인세 인하를 ‘부자 감세’로, 4대강 사업을 ‘녹조라떼’로 부르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

▲요즘 정치권은 세금 증세를 둘러싼 ‘이름 짓기’ 전쟁이 치열하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대한 ‘부자 증세’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름도 ‘명예 과세’, ‘착한 과세’, ‘존경 과세’, ‘사랑 과세’등으로 명명했다.

이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세금 폭탄’, ‘징벌 증세’, ‘표적 증세’, ‘청개구리 증세’ 등 부정적 용어로 맞받아치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어느 전략이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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