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굽은이오름은 번영로(97번)와 비자림로(1112번)이 만나는 서귀포시 대천동 사거리에서 수산리 방면으로 6.1㎞를 가면 만날 수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 위치한 뒤굽은이오름은 이름 그대로 모양새가 뒤로 굽어 있다는 데서 유래됐다.

 

‘뒤꾸부니’, ‘뒤곱은이’, ‘귀곱은이’란 별칭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한자로는 후곡악(後曲岳)이나 후부악(後俯岳), 구분악(九分岳) 등으로 표기한다.

 

보통 산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면 힘겨워서 ‘악’소리가 날 정도로 험준하다고들 하지만, 뒤굽은이오름은 여러 오름 가운데서도 가장 완만한 산행길로 꼽히고 있다.

 

뒤굽은이오름은 표고 206.2m, 둘레 1188m, 비고 36m, 총 면적 5만4168㎡의 기생화산이다. 북서쪽과 북동쪽으로 길게 늘어진 등성마루는 말굽형 굼부리를 형성했다. 그 길이만 어림잡아 500m는 족히 돼 보인다.

 

나무로 하나하나 엮은 옷으로 꽁꽁 싸맨 것처럼 보이는 이 오름의 자태는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쑥스러운 듯 수줍어하는 어린 소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선 번영로(97번)와 비자림로(1112번)가 만나는 대천동 사거리에서 수산리 방면으로 6.1㎞를 가야 한다. 그럼 수산2리 사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성산읍 방면 200m 지점의 오른쪽 길을 따라 또 200m를 더 가면 나오는 기슭이 바로 오름 입구다.

 

탐방로는 초입에서부터 잘 정비됐다. 나무에 살포시 묶인 로프줄이 정상까지 연결돼 있고, 바닥에는 야자매트가 깔려 있다. 야자매트가 없는 구간에도 솔잎과 낙엽 등이 쌓이면서 스펀지처럼 푹신푹신한 자연 생태의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하늘을 향해 훤칠하게 솟은 빽빽한 삼나무와 편백나무, 해송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특유의 향내를 풍긴다.

 

삼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과 파란 하늘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할 만큼 아름다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정상까지는 대략 10여 분이면 충분하다.

 

그래도 산책로를 오르며 중력과 씨름하는 과정에선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고, 숨이 ‘헉헉’ 차오르기도 한다.

 

   
 

정상에선 프로 사진작가가 찍은 작품 같은 경관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백약이오름과 큰돌이미오름, 좌보미오름이 한데 섞이면서 빼어난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뒤로는 나무 사이로 궁대악이 보인다.

 

눈 호강을 했다면 잠시 귀로 들려오는 소리에 신경을 집중해 볼 필요도 있다. 맑고 깨끗한 바람 소리와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 새들의 지저귐은 돌아가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어 준다.

 

하산할 때면 주변 경치에 매료돼 바쁜 일상 속에서 느꼈던 타인에 대한 경계와 경쟁심은 잠시 없어지고, 꽉 막혀 있던 가슴은 ‘뻥’ 뚫리게 된다.

 

한낮 기온이 30도가 넘으면서 에어컨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실내에만 계속 있으면 몸이 축 처지고, 기운이 없어지면서 더욱 피곤함을 느끼는 게 바로 사람이다.

 

잠시 인공적인 에어컨 바람과는 이별하고 밖으로 나와 오름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무더위에 맞서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