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근무 상황을 보면 집배원들은 하루 평균 1100건의 우편물을 처리하고, 읍·면 담당자는 100㎞ 넘게 오토바이를 달린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평균 11시간 근무는 기본이다. 우편물이 많을 땐 15시간 근무도 다반사다. 늘 과로에 시달리는 것이다. 게다가 인력은 제자린데 매년 우편물은 20~30%씩 증가세라고 한다.
집배원들은 무엇보다 ‘집배부하량 시스템’ 때문에 장시간 노동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배달 시간을 0.1초 단위로 규정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컨대 아파트 10층에 소포를 배달할 경우 30초 만에 물품을 전달하고 사인을 받으라는 식이다. 집배원들을 마치 노동기계로 취급하는 비인간적인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런 야만적인 우편 시스템은 집배원들의 스트레스와 교통사고 등의 원인으로 지적된 지 오래다. 이러다 보니 과로사로 숨지는 집배원들이 늘고 있다. 지난 5년간 75명의 집배원이 숨졌고 이 중 15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는 벌써 12명이 세상을 떠났다. 과도한 격무가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800시간에 이른다. 일반 노동자의 2200시간보다 600시간이나 많다. 실상 대표적인 3D직종 종사자들이다. 우편물 배달은 기본이고 우편물 분류와 정리, 상·하차 업무마저 떠맡아야 한다. 택배가 보편화 되면서 무거운 물품 배달이 상당수여서 고된 생활의 연속이다.
집배원들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인력 충원이 급선무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와 병행해 초 단위로 업무를 환산하는 ‘집배부하량 시스템’ 폐지와 과로사 국민조사위원회 구성을 바라고 있다. 집배원 업무가 공공 영역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을 조속히 내놔야 마땅하다. 생존을 위한 집배원들의 요구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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