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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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공무원들에게 ‘영혼이 없다’는 말은 흔히 공무원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을 하거나 규정과 규칙, 전례만 따질 때 하는 질책이었다.

그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 보전’을 위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자신의 신념이나 소신을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바꾸는 공직자들에게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비판이 가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무원의 영혼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과학기술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선 안 된다”고 일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지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에 앞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 6월 19일 취임식에서 문체부 직원들에게 “부당한 명령을 내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명령을 내리겠다”며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참여정부의 국정홍보처 고위 공직자는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해 유명세를 탔다.

이 고위 공직자는 “막스 베버가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했다”며 “관료는 어느 정부에서나 정부의 철학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자신의 말을 해명하기도 했다.

그의 언급처럼 막스 베버가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관료제는 개인감정을 갖지 않는다. 관료의 권위가 영혼 없는 전문가와 감정 없는 쾌락주의자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한 데서 영혼 없는 공무원의 유래를 찾는다.

베버는 관료제가 명령과 책임이 확실하고 공적 의무를 다루며, 규칙과 질서에 따른 합리적 체계를 갖추고 있고 관료들은 위계질서와 지시, 명령을 따르지만 비인격적 관계와 비인간적 면모를 지니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여기서 관료란 개인의 동기나 인간관계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규정과 절차, 공식 조직에 의해 움직인다.

▲하지만 막스 베버의 영혼 없는 관료는 작금의 한국 공직사회에서 그 의미가 많이 변했다. 정권 줄서기와 입맛에 맞는 처신의 달인이 영혼 없는 공직자의 상징이 된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영혼 있는 공직자’를 주문했지만 아주 명석한(?) 공직자들은 오히려 현 정권에 충성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권이 아니라 백성만 바라보면 된다고 하겠지만 그 누가 이 말을 믿겠느냐”면서….

그래서 공무원들이 영혼을 찾을 수 있는 풍토 조성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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