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들 사이에서 첫 번째 외식 메뉴로 꼽으라면 단연 돼지고기를 빼놓을 수 없다. 관광객들도 제주에 오면 꼭 먹고 가는 게 돼지고기다. 제주산 돼지고기가 제주를 대표하는 브랜드이기에 그런 듯하다. 물론 청정지역에서 자라 그만큼 맛이 좋은 데도 있다. 한데 아이러니한 건 산지인 데도 육지부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저간의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선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도외 지역 돼지고기 반입 금지 조치’로 가격이 저렴한 타지산이 판매되지 않고 있는 게다. 이에 따라 도민과 관광객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가격이 비싼 제주산이 아니면 수입 돼지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른 지방 돼지고기의 도내 유통을 금지한 이유는 무얼까. 국내 유일의 ‘돼지열병 비백신 청정지역’을 유지해 제주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2002년 4월부터 금지돼 어느덧 15년째다. 그 사이 도내 양돈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양돈농가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연평균 10억원 이상의 조수익을 올리며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양돈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양돈업자들이 독점적 혜택을 누리면서도 정작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축산분뇨 처리 및 악취 저감시설에 대한 투자는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술 더 떠 일부 농가들은 제주의 지하수인 숨골에 수만 t의 돼지 분뇨를 무단 방류해 도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축산폐수 불법 폐기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선 육지부 돼지고기 반입을 풀어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지난 11일 열린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고정식 의원이 제기한 거다. 고 의원은 “도민들은 한우보다 비싼 돼지고기를 먹고 있는데, 도민들이 봉이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간 청정 환경을 지탱하는데 희생해 온 도민들과 최근의 ‘가축분뇨 무단 투기 사태’를 감안하면 당연한 요구다. 이제 ‘반입 금지 해제 여부’를 공론화할 때가 됐다. 도민들도 값싼 돼지고기를 먹을 권리가 있기에 그러하다. 혹시 제주산 돼지고기를 도외산에 준하는 가격으로 도민들에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면 달라질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