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천자의 마음을 얻으면 제후가 되고, 제후의 마음을 얻으면 대부가 된다. 제후가 사직을 위태롭게 하면 제후를 바꾸어 세우고, 살진 짐승과 깨끗한 곡식으로 때맞추어 제사를 지내도 가뭄이 들고 홍수가 넘치면 사직을 바꾸어 세운다.”

<맹자> ‘진심상’에 나오는 명문이다. 맹자는 임금보다 나라가 더 중요하고, 나라보다 백성이 더 소중한 존재라고 설파했다.

▲맹자의 가르침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의 투표로 대통령이 됐고 행정부의 장관은 비록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정부 각 부처의 수장이 됐다.

물론 몇몇 인사는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바람에 자진 사퇴 형식으로 장관의 꿈을 포기해야 했고, 해당 부처의 장관 후보자는 교체됐다.

천자(대통령)의 마음을 얻으면 제후(장관)가 되고, 제후가 사직을 위태롭게 하면 제후를 바꾸어 세운다는 맹자 말씀 그대로다.

하지만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은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헌법은 이들에 대해 국회 동의(인준)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부결 처리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건 헌정사상 처음”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탄핵 불복’, ‘정권교체 불인정’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 등의 표현을 쓰며 야당을 맹비난했다.

이에 야당도 발끈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만과 불손’,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추 대표를 강력 비판했고,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그렇게 오만한 모습이 집권여당의 대표인가”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추 대표의 주적은 김정은 정권이 아니라 우리 야당인지 묻고 싶다”며 날을 세웠다.

▲이처럼 정국이 얼어붙은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2, 13일 이틀 동안 열렸다. 김 후보자도 곧 국회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이에 추 대표는 13일 “국회가 정략을 벗어나지 못하면 촛불은 국회로 향할 것”이라며 또다시 야당을 압박했다. 집권여당이 어떻게 하든 국민들이 편 들어줄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걸까.

‘촛불’과 ‘적폐청산’만 내세운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도전은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면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곧 떠나가 버린다. 떠나고 따르는 데 털끝만큼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