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쓴 비누는 바로 버린다. 문을 열 땐 손수건을 씌워 손잡이를 잡는다.

우리 주변에서 유달리 결벽증을 갖고 있는 사람을 가끔 본다. 모임에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고 눈총을 받으면서도 ‘위생 제일’을 고수한다. 심한 경우 외출이나 사람 만나는 것까지 꺼리는 병으로 진전될 수도 있다.

허나 위생에 너무 철저하다 보면 오히려 병에 취약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후진국 병인 간염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어린 시절 비위생적 환경에 노출돼 A형 간염을 가볍게 앓고 넘어가면 항체가 생긴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상대적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 성년이 돼서야 A형 간염에 많이 걸린다는 거다.

그렇다고 면역을 생기게 하기 위해 일부러 비위생적으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생의 역설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간염은 간세포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그중 바이러스성 간염은 원인 병원체에 따라 A형, B형, C형, E형 등으로 구분된다. A형과 E형 간염은 주로 오염된 음식 섭취로, B형과 C형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체액이나 혈액을 통해 전염된다.

문제는 최근 2년 새 국내 A·B·C·E형 간염 환자가 모두 급증했다는 점이다. 인구 10만명당 A형 간염 환자는 2014년 9.6명에서 지난해 13.8명으로 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B형은 12%, C형은 15%, E형은 52% 등 모든 유형에서 간염 환자가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A형과 E형은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B·C형 간염 환자는 한번 앓으면 만성질환으로 진행돼 완치가 어렵다고 한다.

▲한때 병에 걸릴 거면 미국인이 많이 앓는 병에 걸리라는 말이 나돌았다. 돈 많은 미국에선 언젠가 좋은 치료제가 개발되기 때문이다. 실제 C형 만성간염도 미국 제약회사들이 혁신적 약물을 최근 내놓아 완치율이 100%에 가깝다고 한다.

요즘 여기저기서 간염 무더기 감염 사고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역 특성을 배제한 채 획일적인 간염 예방대책을 고수하는 탓이다. 이러다 보니 40세와 66세에 실시하는 ‘생애 전환기’ 검진에 간염 검사를 넣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맞춤형 간염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위험이나 불안을 과도하게 느끼고 이를 피하려는 증상을 포비아(공포증)라 부른다. 사태의 원인과 진단을 투명하게 알리는 게 국민의 우려를 줄이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