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
이웃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
  • 제주신보
  • 승인 201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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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집(家)은 편안함의 상징이다. 집은 쉼(休)터이다. 이번 추석에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고 제주에 오니 편안함과 휴식의 공간인 집이 있음에 감사하다.

추석에는 ‘민족 대이동’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을 찾아 이동했다. 추석이나 설날 연휴기간 동안 사람들이 떠난 서울은 막힘 없는 차량 흐름과 한산한 거리를 유유자적하게 걷는 사람들만이 있었다. 30여 년 전 서울에 살고 있을 때만 해도….

유난히도 길었던 올 추석 연휴 기간에는 명절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추석 당일 꼭 차례를 지내야만 했었다면, 요즘은 가능한 시간에 산소를 다녀오거나 부모님이 자녀 집으로 역귀성 하는 가정도 많아졌다. 또 해외에서 차례를 지내기로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인천공항 개항 이래 최대 인파가 몰렸다. 이는 지금껏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켜왔던 세대의 인식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요즘은 옛것을 고집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대처하면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은 SNS의 시대인 것 같다. 그 덕에 국내 유명하다고 한 곳은 사람들로 붐볐고, 소개된 맛집에서 한 끼 식사를 위해 서너 시간 줄을 서야만 하는 곳도 있었다. 추석 연휴에도 유명 관광지나 유적지를 가는 버스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옛날 만원 버스를 연상하게 했다. 고궁 주변에는 한복을 대여해주는 상점들이 늘어나고,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자태를 뽐낸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활짝 웃는 모습은 주위를 행복하게 하고 있다.

반면,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시원과 학원에서 보내는 취업준비생, 공장의 기계를 멈추지 못해 일을 하는 사람들, 공익을 위해 연휴임에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휴식의 즐거움을 가질 수 없었다.

또 한 편에서는 우울한 이야기도 들린다. 가족도 없이 이웃의 무관심 속에서 홀로 지내다 사망하여 방치되는,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2016년 고독사는 5183건으로 이중 40~50대가 2098건인데 65세 이상 노인의 고독사 추정 건수는 1496명에 이른다. 고독사의 증가는 홀로 지내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아버린 청년들의 고독사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전 연령에 걸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옛날 마을공동체에서는 이웃의 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지 알 정도로 서로 함께했다. 이제는 오히려 관심과 친숙함은 세대가 바뀌면서 서로의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핵가족은 노인가족의 부재를 불러왔다. 과거의 대가족처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인륜과 도덕을 오늘의 세대는 모르고 자라고 있다. 이는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결과다.

점점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어떤 지역은 외롭게 사는 사람들이 이웃과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돕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혼자가 아니다. 서로 이웃이 누구인지 알고 함께 아파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집은 영원히 편안함과 휴식을 가져다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갇힘의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 혼자 사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일 때 그들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평상시 그들이 이웃과 함께함으로써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면 오늘 살아있음에 행복해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