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화역사를 위한 공간 없는 ‘제주신화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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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최근 지역 언론들은 한 영리적 복합리조트 개장을 소개하면서 ‘제주신화테마파크’라는 용어를 개념 없이 마구 사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15년 동안 제주에 살아온 한 SNS 친구가 공개적으로 제주에는 1만8000여 명의 신(神)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 개장된 ‘제주신화테마파크’ 내에 이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있는지와, 그것이 있다면 그 중 ‘라바 신(神)’을 위한 공간이 존재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필자 또한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위키 백과’에 따르면, 제주신화역사공원 또는 제주신화테마파크는, 특히 영문표기에 의하면 제주의 신화와 역사를 고유개념으로 인용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제주신화테마파크’는 제주와 세계의 신화와 역사, 문화를 테마로 하는 한국형 복합리조트로서 페르시아ㆍ히말라야ㆍ잉카ㆍ이집트 등 동서양의 신화·역사·문화를 반영한 테마파크로 조성될 것이라는 정중한 설명도 추가돼 있다.

최근 JDC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한 의원은 “최근 부분 개장된 복합리조트시설은 제주나 한반도의 신화와 역사가 없는 반쪽짜리 개발 사업으로 전락됐다”고 지적했다. 당초 “신화와 역사, 생태적 가치를 살린 테마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고급 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리조트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했다. 이런 지적은 제주신화테마파크에는 제주도 신화도 없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사실 당초 JDC의 핵심프로젝트로서의 ‘신화역사공원 조성’ 개발에는 공공성이 강화된 제주의 신화와 역사를 집산하는 시설을 예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투자유치 과정에서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자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궁여지책으로 현재의 영리시설투자자를 사업자로 선정함으로써 변질돼버렸다. 그 후 논란은 이어졌고, ‘제주신화테마파크’ 사업에 제주의 신화와 역사가 함축될 시설들이 채워질 것이라는 기대치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즉, ‘제주신화테마파크’에 제주 신화와 역사가 들어갈 공간배치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민 누구도 이에 크게 노발대발한 것도 아니다. 공간 배치 여부와 관련한 전문가 논의조차 대충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현재 ‘위키 백과’나 언론 등에서는 이런 전후 애매했던 사정들이 무시되거나 호도된 감을 지울 수 없다. 그 결과 각색되어 사업자는 대외적으로 당당히 제주를 대표하며 신화와 역사라는 가치개념을 담는 복합리조트를 탄생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 상호에는 ‘제주’라는 것 외에 신화(Myths)와 역사(History)라는 가치개념을 사용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됐다.

어떻든 이로 인해 파생될 부정적인 문제 또한 전혀 간단치 않다. 제주의 신화와 역사라는 표현이 이와 무관한 복합리조트 사업자의 상호로 사용되는 경우 세련된 관광객들에게 본의 아니게 낭패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 특정 영리복합리조트가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위한 대표하는 듯한 공간시설로 둔갑됨으로써 대외적 신인도를 추락시킬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그렇다.

특히 후자의 경우 앞뒤 또는 전후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로 상호 선택을 특정 사업자에게 쉽게 허용함으로써 복합리조트 시설보다 제주의 신화나 역사에 관심이 많아 제주를 찾을 관광객 등을 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후대가 실제로 제주의 신화와 역사를 담은 공공적 공간시설을 새로 조성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논란의 여지는 매우 커 보인다. 왜냐하면 법령에 따라 유사상호 사용을 금지하면서 상호의 배타적 사용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늦기는 하지만 행정과 JDC는 이런 우려되는 점들을 깊이 되짚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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