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양심
버려지는 양심
  • 제주신보
  • 승인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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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수필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계절의 경계선이 무너지는가 하면, 가뭄과 홍수, 폭염과 폭설, 극지방의 해빙, 해수면의 상승…. 예상치 못한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근래에 들어 동남극의 프랑스 구역인 ‘아델리랜드’ 내 펭귄 번식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올해 초 수천 마리의 새끼 펭귄 중 두 마리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죽은 사실을 발견했다. 펭귄 전문가인 쿠데르 박사가 늦여름에 큰 해빙과 전례 없는 우기가 찾아오면서 어미 펭귄들이 먹이를 찾기가 어려워지자 새끼들이 굶어 죽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기후 변화가 불러온 재앙’이라는 설명이다.

사람이 자신의 이기에만 집착해 있는 사이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에 어떤 재난·재해가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떠벌리지만 자연 앞에서는 한낱 미미한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기에 자연을 얕잡아 보거나 허투루 대해서는 안 된다. 늘 겸손해야 한다.

우리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올해의 추석에는 여느 때와는 달리 쓰레기 대란이 없었다고 한다. 제주시는 열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를 맞아 쓰레기 대란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행정의 적극적인 대처로 우려했던 대규모 민원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 황금연휴가 이어지는 동안 생활쓰레기 특별 처리대책을 수립하고 ‘당일 쓰레기, 당일 전량 수거’ 원칙을 세워 실행에 옮긴 결과라고 한다. 모처럼 행정과 시민이 단합한 노력의 결과다.

조천 만세동산에 간 적이 있다. 이곳은 삼일운동 당시 독립만세를 외쳤던 성역이다.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자주독립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자라나는 후세에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키 위해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항일기념관과 추모탑, 옆에는 종합운동장까지 들어선데다 올레 19코스의 출발점이라 참배객과 관광객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신성한 장소에 양심이 버려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람들이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잘못이지만, 경내에 잡초가 무성해 관리도 허술하다.

이곳만도 아니다. 공원마다 밤새 술자리가 그대로 방치된 채 바람에 나뒹굴고, 집회나 사람의 모이는 장소에는 여지없이 쓰레기로 넘쳐난다. 이래도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까.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청정 제주를 잘 보존하고 지켜야 할 사람은 우리 자신이다. 모두가 환경 파수꾼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쓰레기를 버리고 있으니, 누가 해결해 줄 것인지.

요즘 제주시가 쓰레기와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감시의 눈을 피해 몰래 버리곤 한다. 양심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나를 보고 있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하늘이 보고, 땅이 보고 나 자신이 보고 있다. 가슴에 새겨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내 것이 아니다. 잠시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온전히 물려 줄 책임이 있다.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제주도는 저절로 환경 보물섬으로서의 존재감이 무색해지고 말는지 모른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자연이 더러워지고, 양심을 버리면 마음이 더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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