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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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 지난해 우리 집에 왔을 때 사다준 호접란이 조화였어?”

“아니, 그 유명한 화원에서 생화로 알고 준비했었는데. 왜 그래?”

“글쎄. 1년이 지났는데도 꽃잎 하나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야!”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친구 몇이서 집 방문을 하면서 화원에서 샀던 호접란이 아마도 조화였던 모양이다. 그에 의하면 본인과 부인이 매주 잊지 않고 물을 주었고, 호접란도 이에 화답하듯 1년이 지나도 싱싱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고 했다. 얼마 전 한 지기가 집을 찾았기에, 그 이상한 호접란 이야기를 했단다. 한 참을 뜯어보더니만, 아무래도 조화인 것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너무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화인지 생화인지 확인해보지 않은 우리들의 부주의가 컸다. 아님 너무도 정교한 조화제작자의 잘못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조화라면 조금은 조화 닮은 어설픔이 섞여있어야 옳지 않았을까?

전에 여학생교실에서 수업을 할 땐, 이런 농담을 곧잘 하곤 했다. “오늘 아침, 여러분들 모두가 꽃 같아 보이는 군요.” 그러면 학생들은 모두가 꽃 인양 공주 인양 미소를 함박 머금고, “예! 우린 꽃이에요!”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금방 시들지요!”라고 말하면, 그네들은 질색하곤 했다.

꽃의 속성은 피는데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지는데 있는 것일까? 꽃이 아름다움은 꽃의 소명을 다하기 위한 과정이다. 개화의 아름다움으로 나비와 곤충을 유혹하고, 그 유혹의 결실로 후손을 퍼트리는 것이다. 그러니 꽃은 지지 않으면 열매와 자손을 얻지 못한다. 마치 밀알이 떨어져 썩어야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는 이치와 같다.

며칠 전 중국 상해시 교장단과 함께 학교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장미꽃다발로 환영했는데 화환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자세히 보니 금분이 꽃마다 달라붙어 있었다. 묘미도 있었지만, 장미의 순수함이 착색물에 가려 아름다움이 덜해보였다.

요즘에는 꽃에 인조 향수도 뿌려 향기를 더한다니, 순수 자연의 미와 향을 찾기도 쉽지 않을 듯싶다.

꽃에 대한 진실, 흔들린 지 오래다. 그러나 꽃보다 아름다운 인간은 방부 처리된 표본이나 인조인간처럼 늘 푸르기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성형미인, 형태를 가공하고 갖은 화장재와 화장술로 외형을 꾸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연이 본질을 가리거나, 그 가치를 잃게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아름다움은 시간을 역류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에 순응하고, 타협하며 살아가는데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영운 제주도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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