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과 현생
전생과 현생
  • 제주일보
  • 승인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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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것이 마음의 병일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있으면 적절한 치료법이 있어 쉽게 해결 될 수 있으나 그 조차도 없으면 이 곳 저 곳을 다니다 몸과 정신은 지쳐가고 회복될 수 없다는 자괴감에 희망은 사라지고 위로조차 못 받는 혼자만의 고통 속에 자신의 소중함을 놓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는 게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중년여성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왔다. 누가 봐도 지쳐보였으며 얼굴에는 병색이 확연했다. 어렵게 살고 있다는 하소연을 들은 후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 천천히 응시하는 순간 어린 소녀가 강가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이 화면처럼 스치고 있었다. 두려움에 작은 어깨는 처량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런 광경이 보이는데 이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그러자 본인도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이고 남기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며 더 큰 울음을 쏟아냈다.

사연은 어릴 적(7세 무렵) 가족과 소풍을 갔다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남동생이 물에 빠져 익사했다는 것.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비밀이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그를 달래주기 시작했다. 지금 고생하고 있는 우울증이나 무력감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고 오랫동안 지고 있던 죄책감을 벗어내자고 설득 끝에 그러고 싶다는 허락을 받은 후 어린 영혼을 불러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더욱이 누구를 원망하고 있지도 않으나 누나 스스로 자신을 놓지 않고 있으니 아직도 이 곳에 머물러 있다고, 너무 어린 죽음이었으나 그에게도 어떤 연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복잡함 보다는 급한 상황이었기에 이미 고인이 되신 어머니를 불러 아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줬으며 따뜻한 품에 안겨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주었다.

그 후 들은 이야기는 가정생활이 원만치 못해 이혼 직전이었고 자녀는 게임에 빠져 학업을 멀리해 한숨과 탄식의 연속이었으나 지금은 단란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하니 수고에 비해 보람이 컸던 일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은 이런 고마움에 보답할 줄 알며 뜻하지 않은 행운이나 때론 물적 이익을 손에 쥐어주기도 하며 숙제를 풀어주기도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사는 것도 이들의 도움일 것이다. 옛 어른들 말씀에 귀신은 공밥을 안 먹는다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귀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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