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탤런트 5기 공채에 합격한 이후 45년 동안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고두심.

‘제주를 빛낸 제주인’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탤런트 겸 영화배우 고두심씨(66)다.


제주신보는 지난해 ‘제주를 빛낸 탐라인 발굴 프로젝트’에 이어 올해 시즌 2로 ‘제주, 제주인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다.


TV 드라마 및 영화 촬영 등으로 너무나 바쁜 일정 때문에 그를 인터뷰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제주인 발굴 프로젝트에서 그를 제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이자 제주를 대표하는 여성으로 칭송받고 있는 그에게서 제주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연기자)의 꿈을 갖게 된 동기는


고두심은 제주여중·고 6년 동안 고전무용을 했다.


“송근우 선생님이 무용을 가르쳤는데 제주여고 무용단은 1년에 한 번 남산 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민속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과 대통령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며 “고전무용을 하면서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그는 말했다.


배우의 길을 어떻게 가야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무작정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꾼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무용 특기생으로 경희대 무용과에 뽑혔지만 집에서 절대 안 된다고 해서 포기하고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오빠를 위해 밥을 해주겠다”며 어머니를 설득, 상경했다. 서울로 올라가서 학원에서 타이핑을 배우며 개인 회사를 다녔다.


그는 “4년쯤 회사를 다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배우가 되려고 서울에 왔는데 이대로 꿈이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 마침 MBC에서 5기 탤런트 공채 모집(1972년)을 하자 원서를 냈고, 서류 심사와 카메라 테스트, 인터뷰를 거쳐 최종 합격자 42명 중 1등으로 합격했다. 스물한 살 때였다.

 

▲초창기 많은 시련을 겪다.


MBC에 합격해서 처음 연기 생활을 시작할 때는 자신이 꿈꾸던 배우 생활이 아니었다.


“선배들이 담배, 커피 심부름을 시켰고 촬영을 가더라도 하루 종일 기다려서 한 컷 찍는데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2년 정도 지났을 때 방송국에서 ‘너를 좋은 조건으로 뽑았는데 왜 연기를 안 하느냐’고 해서 성춘향을 뽑는 카메라 테스트를 한 번 더했지만 떨어졌다.


그 후에도 주간드라마에서 배역을 맡아 리딩 연습을 하는데 존경하던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 하려니 온 몸이 떨리고 숨이 막혀서 못하겠다고 뛰쳐나갔다고 한다.


“그 때 화장실에서 자신이 바보스러워서 얼마나 운지 모른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차츰 작은 배역을 맡으면서 성장해 나갔다.


“지금의 고두심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제가 태어난 제주 자연의 힘, 그리고 부모님의 힘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그는 말했다.

 

▲7년 만에 영화 ‘채비’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그는 영화 ‘채비’에 출연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후배 여배우 유선 때문이라고 했다.


“SBS에서 드라마 ‘우리 갑순이’를 찍고 있었는데 드라마에서 딸 역할을 했던 유선이가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면서 대본을 갖고 와서 계속 봐주라고 했어요.”


“봐 보겠다는 말은 해놓고 드라마 촬영 중이라 보지 못했는데 드라마가 끝날 무렵이 되니까 유선이가 계속 재촉하면서 저에게는 아들 역할을 김성균이가 한다고 했고, 김성균에게는 고두심이 엄마 역할을 한다고 한 것이죠.”


그는 이어 “대본을 읽어보니 작품이 좋았지만 분량이 너무 많아 건강이 따라줄까 싶다며 핑계를 댔는데 유선이가 ‘선생님 아니면 안 된다’며 계속 캐스팅하려고 애를 써서 영화 출연을 하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 제주-세계7대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고두심 홍보단장이 2011년 일본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두산베어스 야구팀을 방문해 제주도 지지를 요청했다.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다고 했는데


그는 “국민 엄마라는 말이 정말 무겁다”고 했다.


“전원일기 하면서 국민 맏며느리로 불려졌어요. 그때부터 국민 맏며느리라는 짊을 져야 했는데 이제는 국민 엄마라고 하니 더 큰 짐을 짊어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두심 하면 제주의 딸이라고도 하는데 이러한 모든 것이 ‘감옥 아닌 감옥’과 같은 압박감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 제주사람 전체가 안 좋게 평가될까봐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평을 받는 만큼 자기 관리에도 철저했다.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저를 무겁게 옥죄는 것은 맞지만 이게 또 저의 운명이고 숙명이 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라는 아름다운 곳에서 몸과 정신이 건강했던 부모님 몸을 빌려 태어난 것은 축복”이라며 “그래서 짊어지고 가야할 것들이 있다면 짊어지고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가지 해왔던 것들을 잘 지키면서 차근차근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해 온 대로 한다면 잘 내려놓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연기생활 45년을 회고한다면


“45년의 연기생활을 하면서 큰 역경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것도 아니에요. 전원일기를 22년 동안 하면서 흘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쌓여서 지금의 고두심이 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그는 “국민들에게 너무나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일이 없을 때는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는데 다행히 계속 일이 이어졌다”며 “가정 문제로 사적인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었지만 일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꿈을 갖고 있었던 분야에 뛰어들어서 지금까지 평생을 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출연작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고두심은 21세로 MBC 탤런트 5기 공채에 합격한 이후 45년의 연기생활을 이어오면서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갖고 있다.


 KBS ‘사랑의 굴레’(1989), ‘꽃보다 아름다워’(2004), ‘부탁해요 엄마’(2015), MBC ‘춤추는 가얏고’(1990), ‘한강수 타령’(2004), SBS ‘덕이’(2000)로 총 6번의 연기대상을 받았다.

 

역대 최다 수상자다.

 

또한 KBS, MBC, SBS 지상파 방송 3사의 연기대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배우다.


그는 “출연작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연기대상을 받았던 작품들은 모두 훌륭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춤추는 가얏고’가 우선 떠오른다”고 했다.


“예인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로 동병상련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애착이 더 간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가야금 산조의 명인 함동정월(咸洞庭月·본명 함금덕)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는 또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마음이 아프다며 가슴에 빨간약을 발랐던 장면은 지금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최고의 명장면으로 회자가 되고 있다”며 애정을 보였다.


“김원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마당 깊은 집’은 삯바느질로 자식들을 키웠던 우리 어머니 시대의 눈물 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어서 당시 어머니들이 겪은 느낌을 바탕으로 연기를 했다”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 김만덕기념사업회 상임대표인 배우 고두심씨가 지난 10월에 열린 제2회 김만덕 나눔 큰잔치에 참가했다.

▲김만덕 기념사업회와의 인연은


그가 김만덕 기념사업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은 작고하신 제주 출신 자수 명인 한상수 선생님(중요무형문화재) 때문이라고 했다.


“그 분이 제주에서 김만덕 같은 훌륭한 여성이 나왔다는 걸 널리 알리려고 애쓰면서 나에게 같이 하자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1990년대부터 김만덕 기념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죠.”


고두심씨는 5만원권 지폐의 인물로 김만덕 선생이 채택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양원찬 공동대표와 한국은행을 찾아갔는데 ‘영정이 있느냐’,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김만덕 알리기에 나섰다고 했다.


김만덕 나눔쌀 만섬 쌓기 운동을 시작했고, 김만덕기념사업회도 발족하게 된 것이다.


그는 “제주도민은 물론 국민들이 거상으로 번 돈을 백성들을 위해 아낌없이 썼던 김만덕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모교인 제주여중·고에 두 차례에 걸쳐 2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제주 도보순례를 통해 모금한 1억원의 성금을 제주예총회관 건립비로 기탁한 것도 김만덕 정신을 실천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고향 제주의 의미는


고두심은 제주시 이도1동 ‘남문통’에서 7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나 남초등학교와 제주여·중고를 졸업했다. 그에게 있어 고향은 부모와 같다.


“고향 제주는 저를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님과 같아서 눈을 뜨거나 감아도 잊을 수 없다”며 애틋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또 “고향은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라고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잘 가꾸고 보존해서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감명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전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