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과 카리스마
갑질과 카리스마
  • 제주신보
  • 승인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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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제주국제대 교양학부 교수

갑질공화국. 참으로 부끄럽다. 땅콩, 피자, 치킨 갑질 등 이른 바 재벌들의 갑질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가 사라지기도 전에 최근에는 집행유예 중인 한화그룹 오너 셋째아들의 갑질이 다시 국민들을 자극했다.

이들 재벌들의 갑질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재벌들은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열등감을 갑질을 통하여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재벌들의 갑질 행태가 거의 비슷하다. 승객들이 보는 앞에서 승무원들을 무릎 꿇게 하거나, 변호사들을 폭행하는 행위를 통하여 그들의 위력을 주위에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기업들의 행태치고는 너무 유치하다. 그들의 이러한 행동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카리스마 있는 행동이라는 착각 속에 열등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꼬리를 내리고 으르렁거리면서 이빨을 드러낸 잡견의 행동과 무엇이 다른가. 용맹스러움으로 위장하고 있는 잡견은 이미 겁에 질려 있는 것이다. 겁에 질린 잡견의 행동처럼 위장된 카리스마를 비꼬아 ‘가라(から)스마’로 표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갑질, 그 자체가 비열한 가라(から)스마이다. 이들의 끊이지 않은 갑질은 국민들에게 분노와 삶의 회의를 느끼게 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한화그룹 재벌3세의 변호사 폭행사건에서도 피해자인 변호사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법망을 빠져 나갔는데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을 다시 한 번 분노케 했다. 이런 자들은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했다. 오늘도 노량진에는 그와 비슷한 또래의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있다. 3000원짜리 밥 대신 1200원짜리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열심히 공부 하고 있을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명해야 하는가.

지난 번 땅콩갑질 사건으로 인한 금전적 손실과 회사의 명예실추로 인한 유, 무형 손실을 합치면 수천억 원이 된다고 한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속담을 조롱하듯이 정승처럼 벌어서 개처럼 썼다. 갑질 한 번에 수천억 원을 썼다니 정말 가라(から)스마 있는 통 큰(?)기업가이다. 갑질 재벌들의 유일한 무기는 돈이다. 돈밖에 아무것도 없는 자들이다. 생각할 줄 모르는 배부른 돼지와 다를 바 없다.

재벌들의 갑질을 법적, 제도적으로도 막을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한 누리꾼들이 갑질 재벌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러한 운동이 확산된다면 갑질 재벌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재벌기업들의 국가에 대한 공로를 국민들의 뭇매로 보상해야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삿갓은 순발력이 뛰어나며, 해학과 풍자의 시로 유명하다. 양반 세도가가 선산의 묏자리를 자기네 딸의 묏자리로 썼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김삿갓은 “사대부의 따님을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에 눕혔으니 할아버지 몫으로 하오리까 아버지 몫으로 하오리까”라는 내용의 시를 써서 양반에게 갖다 주도록 했다. 양반 세도가가 자기의 죽은 딸을 남의 집의 첩이 되는 것을 원할 리가 없다. 김삿갓의 짧은 시는 다툼 없이 세도가 딸의 묏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할 수 있었다.

김삿갓은 억울한 사람들의 응어리 진 한을 시원스레 풀어주는 통쾌함과 박식함, 정의감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방랑자인 그를 따랐다. 이것이 진정한 카리스마이다. 퇴임 후 노인정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부터 하루가 보람되고 즐겁다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 속에는 따스함이 스며있었다.

갑질 재벌들에게도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