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천타천(自薦他薦)의 달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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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편집국장
최근 어느 지방선거 출마예상자였던 이에게서 들은 말이다.

그는 출마예상자들은 선거 시즌 중 지금이 가장 행복할 것이다고 했다. 출마에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 소위 간 보는 상황임에도 여러 사람의 입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겉으론 덤덤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짜릿하고 황홀할 것이다고 했다. 자신도 그때는 붕 떴다. 그는 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은데 바람이 흔들어서 문제라고 하지만, 누구도 그 바람이 멎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흔드는 대로 가만히 있으면 언론은 때가 되면 ‘자천타천(自薦他薦)’이란 표현을 동원해 후보 대열에 합류시키고 나면 좁은 지역사회에서 유명인사 반열에 오른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이 별것입니까. 남들이 자신을 먼저 알아주는데 …”

▲ 자신을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은 조선 시대 선비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조선 중기의 학자로 퇴계 이황의 제자인 송계(松溪) 권응인의 ‘송계만록’에 ‘뻐꾸기 은사’라는 말이 나온다. 벼슬을 버리고 세상을 피(避)하여 강호에 조용히 사는 선비인 은사(隱士)들 가운데 꿍꿍이속이 있는 이를 가리킨다. 하루빨리 누군가가 찾아와 “제발 이제는 나가시죠” 하기를 바란다. 세상과는 절연했다고 큰소리치고 들어온 터라 명분 있는 출구전략이 있어야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비의 행태를 송계는 아이들의 숨바꼭질 놀이와 빗댔다. 술래가 저 숨은 곳을 못 보고 엉뚱한 데를 헤매면 숨은 아이는 가만히 있어도 되지만 오히려 ‘뻐꾹 뻐꾹’하며 자신의 숨은 곳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는 이 모습이 꼭 가짜 은사, 즉 뻐꾸기 은사들이 “여기에 나 있으니 좀 알아달라며 현실에 기웃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 내년 6ㆍ13지방선거 제주도의원 선거에 110여 명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비록 제주도지사, 제주도교육감에 비해 중량감은 떨어지지만, 특별자치도의 도의원은 다른 지역의 시ㆍ도 의원과는 무게가 다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도지사의 권한이 막강해 ‘제왕적 도지사’ 논란이 있는 것만큼 그들의 권한도 막강해졌다.

예전에는 선출 권력이 도지사, 시장ㆍ군수, 도의원, 시ㆍ군의원으로 분산됐으나, 지금은 기초자치단체가 없어지면서 도지사와 도의원에 집중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도의원은 사실상 지방 권력의 ‘넘버 2’이다. 특별도 출범 이전에는 인물과 사안에 따라 시장ㆍ군수와 시ㆍ군의원에 둘러싸여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지금은 상전벽해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래도 예상자들은 자천타천이 많은 형국이다.

뻐꾹 뻐꾹 소리도 자주 들으면 지겨워진다. “이제는 나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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