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취약 ‘필로티 건물’ 61%나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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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무려 29명이 황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인명 피해를 키운 정확한 최종 진단이 나오겠지만 필로티 구조와 화재에 취약한 외장재가 주원인이라는 게 지목된다. 문제는 제주지역 도시형 생활주택의 상당수가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그간 여러 참사를 떠올리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보도를 보면 제주의 경우 2015년까지 준공된 도시형 생활주택 315단지 중 61%(192단지)가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화재에 취약한 외부마감재를 사용한 단지도 228단지(72%)에 달했다. 인접 건물과의 이격거리가 1m 미만인 곳도 71단지(23%)로 조사돼 화재 발생 시 대형 피해 우려를 낳고 있다.

필로티(pilotis) 구조는 지상층에 내력벽 없이 기둥만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얹는 건축형태를 말한다. 요즘 도심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룸 건물 등이 해당된다. 건축법상 1층 트인 공간을 주차공간으로 허용해주고 있다. 1층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데다 건축비가 저렴하다는 이점 때문에 많은 건축주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필로티 구조 건축물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개방된 구조로 인해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쉽지 않은데다 가연성 마감재를 사용한 사례가 많아 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사방이 뚫린 1층으로 산소가 계속 유입되면 불이 번지는 건 불문가지다. 게다가 불에 잘 타는 가연성 외장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대형화재 때마다 원인으로 지적된 문제점이 어김없이 재연됐다.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판박이다. 필로티 구조의 맹점과 가연성 외장재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빼곡히 주차된 차들로 소방차 진입이 가로막히고, 장애물로 차단된 비상구 문제 등이 반복된 점도 마찬가지다.

이번 일처럼 다중이 쓰는 건물에서의 화재는 자칫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다. 이참에 정부 차원에서 필로티 구조 건물에 대한 불연재 의무화 등 안전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도 당국도 우리 주택 환경에 맞는 소방장비 구현과 비상구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참사 때마다 너도나도 ‘안전’을 외치지만 정말 말로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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