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 발휘해 14개월 만의 맞대결서 설욕 성공
인공지능 알파고와 맞대결을 펼쳤던 ‘유이(唯二)’한 인류 대표인 이세돌 9단과 중국의 커제 9단이 ‘인간 바둑’의 진수를 보여줬다.
‘2018 해비치 이세돌 대(對) 커제 바국대전’이 지난 13일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에서 열렸다.
이날 이세돌 9단은 293수 끝에 흑 1집 반 승을 거뒀다. 각자 제한시간 40분에 초읽기 1분 1회씩 주어졌다.
경기 동안 엎치락뒤치락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진땀승부가 펼쳐졌다.
초반은 평소와 다른 공격적인 포석을 들고 나온 이세돌 9단의 페이스로 흘러갔다. 그러나 커제 9단이 살아나면서 99수까지 서로 팽팽한 바둑이 됐다.
하지만 흑이 중반에 느슨한 수(117수)를 두면서 형세가 복잡해졌다. 이후 이세돌 9단이 특유의 흔들기를 시도하면서 바둑이 혼전으로 접어들었고, 커제 9단도 후반 들어 실수(196수)를 저지르며 이세돌 9단이 승리를 가져갔다.
이날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은 세계최고의 기사이다. 아직 나이도 어리기 때문에 성장가능성이 무한하다”며 “오늘 후반으로 갈수록 힘든 바둑이었는데 커제 9단이 양보를 해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커제 9단은 “이세돌 9단은 평소 존경하는 선배”라며 “특히 이번 대국은 이세돌 선배의 다채로운 테크닉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앞서 이세돌 9단은 과거 커제 9단에게 중요한 고비마다 패배했다. 2016년 제2회 몽백합배 결승전 5번기 최종국에서 커제 9단에게 반집차로 져 우승을 놓쳤다. 2015년과 2016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에서는 2년 연속 4강전에서 커제 9단과 맞붙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날 승리로 이세돌 9단은 오랜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상대 전적은 4승 10패가 됐다.
한편 이번 대회는 한국기원과 해비치 공동 주최·현대자동차와 북경현대 공동 후원으로 개최됐다.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