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의 한계
책임의 한계
  • 제주신보
  • 승인 20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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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수필가

맑은 아침 먼 바다를 주시한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맞닿은 곳에 수평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 그것도 잠시 운해가 밀려오더니만 찰나에 세상이 잿빛으로 변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이럴 때 가장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은 선원들이다. 운해가 끼면 방향 감각을 잃어 당황하고 공포에 떨게 된다. 그래서 항해할 때는 항상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늘 평안하고 안전한 것 같지만 실은 살얼음판을 딛는 것처럼 불안하다.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화재가 발생할지, 지진이 일어날지…. 자동차도 이기인 것만은 틀림없으나, 조금만 방심해도 흉기로 돌변한다. 공중과 육지, 바다 어디에서도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요즘 우리의 삶이 풍요롭고 여유롭다.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때를 가리지 않고 기회가 되면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런데 안전에 대한 인식은 뒷전이다.

지난해 인천 영흥에서 유조선과 낚싯배가 충돌해, 낚싯배가 침몰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재빠르게 대통령이 나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것과,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 국가의 책임’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는 것은 당연지사다.

우리나라는 지금 백척간두에 놓여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연일 쏘아대며 힘을 과시하고, 중국과는 사드 문제로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국가의 원수로서 국내의 크고 작은 일에 일일이 신경을 쓰다 보면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국가가 책임을 져야할 일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어떤 사고든 법과 원칙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시시비비도 따지기 전에 대통령이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해 버리면, 법과 원칙도 없고 형평성이 무너져 정의가 바로 서지 않을 수 있다. 공과 사를 분명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개인의 윤리의식이나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국가의 잘못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어떤 사고가 일어나든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기는커녕 국가의 책임이요,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법과 원칙을 무시하게 되고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여 혼란을 초래할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정치인들이나 정부는 크고 작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잠시 면피하기 위해, 개인의 인기와 환심을 사기에만 급급했다. 그 결과, 문제가 해결되기보다 본말이 전도되어 사건이 점점 깊은 수렁으로만 빠져들었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을 잘 지켜야 함은 물론, 평상시 사건과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자세기 필요하다. 정치가는 올바른 정치를, 정부는 투명한 행정을, 개인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군인은 국가 수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신의 생명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귀중한 생명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일을 하든 어느 곳에 있든 우선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의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사회 풍토 그리고 개인의 윤리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올해는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 사건 사고가 없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