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내 삶이고 바다가 내 삶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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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화북서 80대 작업 중 숨져...해녀들 마지막 길 배웅
▲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제주신보 자료사진>

“철들기 전부터 물질을 시작해 이제 60년,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왔으니 이제 물질이 바로 내 삶이고 바다가 내 삶터 아니겠느냐. 바다의 무서움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16일 제주시 부민장례식장에 화북동 어촌계 해녀들이 한데 모여 전날 바다에서 물질을 하다 숨진 해녀 원모씨(75·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화북동 어촌계 해녀회장을 맡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원씨는 지난 15일 오후 물질에 나섰다 결국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평소 원씨와 친하게 지냈던 해녀 권옥자씨(75)는 “어제는 바다도 잔잔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며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권씨는 “해녀들이 이렇게 목숨을 잃을 때마다 가슴 속에서는 쿵 하고 뭔가 떨어지는 것 같다”며 “해녀보다 바다의 무서운 점을 잘 아는 이가 있겠느냐,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해녀로 생활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위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며 “그래도 이제는 인이 박혀 다음 날이면 또 다시 바다로 향하게 된다”고 말했다.

 

동료 해녀인 고옥자씨(76·여)는 “아이들도 이제는 먹고 살 걱정은 없으니 위험한 해녀 일은 그만하라고 성화”라며 “솔직히 뭍에서도 밭일 등을 하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바다에 나갔을 때가 편하다. 아픈 몸도 바다에 들어가면 아프지 않을 정도”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고씨는 “해녀 중에는 아직 젊은 층에 속하지만 나이가 곧 80을 바라보는 만큼 언제가지 물질에 나설 수 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물질을 하지 못하더라도 해안가에서 보말을 잡는 등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갈 것. 그게 바로 해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제주에서는 무려 95명의 해녀들이 물질에 나섰다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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