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담당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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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국장대우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수선화 한 송이가 시인의 눈에 띄었나보다.

무리지어 있었으면 덜 외로울 것인데. 가슴 검은 도요새가 하늘을 날다가 수선화를 봤다.

외로움이 외로움을 본 것이다.

오죽하면 생명이 없는 산 그림자도, 종소리도 외로움을 탔을까.

어느 날 내리는 촉촉한 비는 하느님이 외로워서 흘리는 눈물일 게다.

▲외로움은 인류의 숙제다.

돈이 많다고, 육체가 건강하다고 해서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외로움을 측정하고 이를 줄이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최근 외로움 담당 차관에 트레이시 크라우치 스포츠·시민사회부 차관을 임명했다.

메이 총리는 “외로움은 현대 생활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실재하는 슬픈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크라우치 차관을 중심으로 외로움과 관련한 통계 자료 등을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영국의 경우 75세 이상 홀몸노인 가운데 절반가량인 200만명 중 상당수가 수일, 심지어 수 주 동안 사회적 교류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죽하면 영국의 BBC 방송이 지난해 발간한 리포트를 인용하면서 “외로움은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고 했을까.

▲외로움은 영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 수를 보면 2015년 56명, 2016년 16명, 지난해 10월 현재까지 44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50대가 37명, 60대가 38명, 70대 이상이 25명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대인 관계 단절, 사회적 무관심 등으로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로움 담당 차관’은 영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외로움은 신이 사람에게 준 형벌인지 모른다.

그러나 따뜻한 이웃의 손길이 그러한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약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말하지만 실은 ‘사람이 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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