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강박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
행복 강박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
  • 제주신보
  • 승인 201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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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수필가

언제부터인가 ‘외딴 자연 속에서 저 혼자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자연인’이라 부른다.

요즘 그 ‘자연인’ 관련 TV 프로그램이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나도 저렇게 살아봤으면 하는 호기심이 생길 때가 있다. 남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경쟁도 없는 온전한 자유의 삶이니 누구나 동경할 만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동경의 정도가 지나치다면 지금 처한 삶에 불만이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비영리 연구소인 희망제작소가 지난해 세대별 삶의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를 보면 30대의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다. ‘집단 우울증이 의심될 정도’라니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 그들의 삶의 불만 원인을 어느 심리학자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며 행복해하기보다는 럭셔리한 육아용품을 장만하고 이를 남들에게 내보이며 행복을 느끼는, 주객이 전도된 행복, 남의 기준에 맞는 행복 찾기에 골몰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또 다른 이는 ‘생존 경쟁에 내몰리면서 자기과시와 자기 보존 욕구에 찌든 나머지 외모나 학벌, 재테크와 같은 내 의지대로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너무 매달리는 탓’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가 이런 풍조에 빠져든 까닭은 마음으로 느끼기보다는 눈으로 보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고, 남의 시선을 삶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내 선택일 수 없는 외모나 평판, 재산 같은 것에 너무 집착하느라 정작 내 선택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지혜나 신념, 용기, 우정 같은 소중한 내면의 가치들을 방기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행복의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내면 깊은 곳이 가볍고 즐거워야 한다는 것. 이미 행복한 삶을 마감하고 앞서간 이들도 화려하고 요란한 삶보다는 조용하고 소박한 삶이 더 많은 행복을 안겨준다는 말이나 글들을 남겼다. 행복을 좇다보면 그 행복들은 오히려 더 멀어진다는 역설이다.

그런가 하면 행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라는 이들도 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타인을 내 행복과 연관 지으려 하기보다는 경쟁상대로 여기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고들 한다.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 등장하는 사람들 또한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겪은 갖은 고통 때문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외딴 자연 속으로 든 경우다. 타인으로 인한 행복 박탈감이 우리 사회에 불행으로 전이됨을 보여준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돈과 성공, 명예 따위에서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욕망이 빚어내는 현상이다.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부나 명예가 우리의 삶에 행복만을 안겨주는지 곰곰이 삭여봐야 할 때다. 남보다 많이 차지해야 성공이고 행복이라면 우리의 삶은 아귀다툼이나 다를 게 없다. 상대적인 우월감이나 박탈감을 행복이나 불행으로 착각하며 살고 있는 셈이 된다.

행복은 삶의 목표가 아니다. 삶의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좋은 감정이나 생각이다. 행복 연구가들도 ‘분수에 맞는 자족의 삶’이나 ‘삶의 균형을 잃지 않는 마음의 자세’가 행복의 요건이라 말한다. ‘남보다 더 많은 소유가 행복’이라는 건 망상일 뿐이라고. 그런 망상이 우리의 삶을 행복 쟁탈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상대를 앞질러 행복을 차지하려는 아귀다툼, 뺏고 뺏기는 투쟁이 행복일 수는 없으니 사회 곳곳에선 못살겠단 아우성이다. 외국인들은 우리의 삶을 행복의 전형처럼 동경하는데 우리는 불행에 허덕이는 이유다. 행복 강박에 시달리는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