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작가의 삶 시어에 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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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하고 놀았다/김미향 시집

‘하루에 열두 번씩 접었다가 또 폈다가//변덕스런 날씨에 심통이 났던 게지//말문 연 사회 초년생 하소연이 저랬어//하루를 웃기 위해 삼백예순날 참아내듯//천 리를 날기 위해 뼛속까지 비워내듯//다 떠난 겨울 텃밭에 모닥불을 지피네.//’(시 ‘겨울 민들레’ 중)


서귀포시 중문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미향 시인이 시집 ‘냉이하고 놀았다’를 출간했다. 꽃가게 주인을 꿈꾸기도, 부자를 바라기도 했던 시인은 귤나무와 함께 혹한과 폭염을 견디면서 차츰 삶의 너비와 깊이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또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하게 하는 징검돌에 불과하다는 것, 삶이 쓰리고 고달픈 것이 되레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앞치마에 면장갑 두 켤레 포개 끼고 조생 감귤을 수확하며 소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시에 오롯이 담겼다. 또 시인은 사람의 외적 모양, 내면적 상형문자들을 주변의 소소한 자연물들에게서 전해 듣는다.


시집은 1부 꽃들의 민박집에, 2부 민달팽이의 길, 3부 새바람꽃, 4부 영남동 할미꽃으로 나눠졌다.


고정국 시인은 해설을 통해 “김미향 시조에서는 냉이무침 향이 풍긴다. 양철 지붕 밑에 3년 넘게 살아보지 않고서는 빗소리의 성깔과 실체를 모른다.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온종일 김을 매보지 않으면 흙의 체온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만큼 김 시인은 체험을 중요시해서 시집에 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시인은 2010년 ‘연인M&B’ 시조 부문 신인상 당선 이후 지난해 ‘시조문학’ 작가상을 수상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운영위원 및 도서선정위원을 지냈다. 젊은시조문학회 회장이자 월간 ‘시조갤러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만드는 집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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