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혼이여 돌아오라…그대 육체를 떠나 어찌 사방을 떠도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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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례 제차 중 하나인 ‘초혼 의식’…임종한 자 이름 지붕서 세 번 불러
망자의 영혼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밥·술·명태·동전 등 ‘사잣밥’ 차려
▲ 초혼 의식을 치르고 있는 모습. 적삼과 동심결을 개판 위에 놓고 있다.

▲상례, 일생의 마지막 의례


아무리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한 번은 치러야 할 의례가 있다면 일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상례(喪禮)라고 할 수 있다. 상례 속에 장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상·장례(喪葬禮)라고도 한다.

 

죽음만큼은 다른 것과 달리 미리 체험을 할 수도, 연습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때로는 공포스럽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영원한 실존의 비밀이다.


예를 중심 사상으로 생각한 공자는 “살아있는 사람을 정성껏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보낼 때 유감이 없어야 한다”라고 했다.


성재(性齋) 허전(許傳, 1797~1886)은 상례를 정의하기를, “성인이 부모 봉양의 은혜를 극진히 보답하여 마지막 효성에 유감이 없도록 제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죽은 이를 보낼 적에는 신체에 딸린 모든 것을 반드시 정성스럽고 믿음이 가게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상례는 주로 유교의 의례를 중심으로 치른다. 상례는 크게, 초상(初喪과 반우(返虞), 소상(小喪)과 대상(大喪)이라는 세 단계로 나뉜다.


초상(初喪)은 임종을 맞으면서부터 상장례를 치르는 전반적인 것을 말하고, 반우는 장사 후 망자를 신으로 모시는 절차이며, 소상과 대상은 망자에 대한 산 사람들이 추도하는 기간이다.

 

다시 초상의 순서에는 초종(初終), 습(襲), 소렴(小殮), 대렴(大殮), 성복(成服), 조문(弔問), 치장(治葬), 천구(遷柩), 발인(發靷), 급묘(及墓), 하관(下棺), 제주(題主)가 있으며, 반우 이후로는 반곡(反哭), 우제(虞祭), 졸곡(卒哭:죽은 지 3개월 만에 丁일이나 亥일에 지내는 제사)의 절차가 있다.


다시 그 이후에 소상, 대상, 담제(禫祭), 길제(吉祭:죽은 지 27개월 만에 치르는 제사)가 그 이후부터 기제사(忌祭祀)를 치른다.

 

 

▲ 초혼을 불렀던 적삼과 저승갈 때 신는 고무신.

▲초혼의 기원


우리나라 상례(喪禮)에 임종을 맞은 후 치르는 제차 가운데 초혼(招魂)의 절차가 있다. 초혼은 오랜 연원을 갖고 있는데 중국 초나라 때 풍속이다.


굴원의 ‘초사(楚辭)’에, “혼이여 돌아오라. 그대의 육체를 떠나 어찌 사방을 떠도느뇨. 그대의 즐거운 곳 버려두고 저 불길한 곳으로 떠났느뇨. 혼이여 돌아오라.” 


우리나라에는 김소월의 ‘초혼(招魂)’이라는 시에 떠난 이를 부르는 애절한 모습이 그려졌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산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초혼은 혼을 부르는 의식이다.


사람이 운명한 것을 확인하고 혹시라도 혼이 돌아올까 기대하여 그것을 세 번 부른다.


제주에 ‘주자가례(朱子家禮)’가 소개된 시기는 15세기이다. 이 책은 주자의 미완성 저서로 주자(朱子) 생전에 유실되었다가 주자 사후(死後) 제자들의 수정, 가필을 거친 후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후대 사람의 기술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주자가례(朱子家禮)’의 ‘복(復)’이라는 조항에 의하면, “모시는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은 사람이 입었던 웃옷을 왼손으로 소매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허리춤을 잡아 앞 처마로 해서 지붕 상모루에 올라가 북쪽을 향해 옷을 들고 초혼한다. “아무개는 돌아오시라”라고 세 번 부른다. 그것을 마치면 옷을 말아가지고 내려와서 시신을 덮는다. 남녀가 곡을 하면서 가슴을 수없이 두드린다. 윗옷은 관직이 있으면 공복(公服:업무시 입는 옷)으로 하고 관직이 없으면 적삼으로 한다. 부인은 저고리나 배자(褙子)로 한다. 아무개라고 부르는 것은 살아있을 때의 호칭을 따른다.” 의례를 인용하면, “복(復)은 출입하는 기운을 혼(魂)이라 하고, 이목이 총명한 것을 백(魄·몸)이라고 하는데, 죽은 사람은 혼기(魂氣)가 백(魄)에서 떨어져 므로 혼을 불러서 다시 백이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지붕에 올라가 혼을 부르는 이유는 중국 회남(淮南) 지방 풍속에 갑자기 죽은 사람이 있으면 여러 사람들에게 그 집의 지붕에 올라가거나 길거리에서 두루 불러대게 하니 살아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 시작된 것이다.


이런 영향이 우리나라 두루 미쳐 오늘날까지도 사람이 죽으면 지붕에 올라가 혼을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복(復)은 또 상을 당하였을 때 죽은 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혼 부르는 것〔招魂〕을 고복(皐復)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고(皐)는 길게 빼어 부르는 소리를 뜻하고, 復은 초혼하는 것인데 다시 소생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복의 방법을 말하면,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학생 ○○○공 복! 복! 복!”이라고 한다. 만약 벼슬이 있으면, “OOO관 李공 복! 복! 복!”이라고 한다.


복을 부를 때는 자식이나 친족들은 잠시 울음(곡)을 멈추고, 혼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정성을 다해야 한다.


남상(男喪)일 때는 남자가, 여상(女喪)일 때는 여자가, 지붕 위로 올라가서 왼손으로 옷깃을 잡고 오른손으로 옷의 허리 부분을 잡아 북쪽을 향해 세 번 ‘복’을 부르면서 부를 때마다 하늘에 휘날린다.

 

▲사자상 차리기


사실 이 초혼 의례가 끝나면 죽은 이의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이때 ‘사잣밥’이라고 하여 밥 세 그릇, 술 석 잔, 백지 한 권, 명태 세 마리, 짚신 세 켤레, 동전 몇 닢을 상 위에 차려놓고 촛불을 켜서 마당 아래나 대문 밖에 차려 놓는다.


저승차사들을 잘 대접하게 되면 죽은 사람이 저승길을 편하게 갈 수도 있고 혹시 뜻밖에 영혼을 데려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믿음 때문에 저승차사를 위한 상을 그렇게 차리는 것이다. 이때 차리는 상을 ‘사자상’이라고 한다.


여기에 초혼한 옷을 같이 놓기도 한다. 또 물 한 동이를 떠다 옆에 두기도 한다.

 

신은 대문 쪽으로 향하게 놓는다. 밥과 반찬은 사자를 데리고 먼 길을 가는 망자와 차사들의 요기로, 짚신은 먼 길을 가면서 갈아 신으라는 의미이다.


돈은 망자의 영혼을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차사에게 주는 선심성 뇌물이다.

 

사자상을 차리는 것은 비로소 죽음을 인정하는 의례이다.


‘주자가례’에는 이 사자상에 대한 기록은 없으나 지방마다 형식을 달리해 지방 습속화가 되었다.

 

이것이 민간에 전승되는 것은 내세관에 대한 지역의 전통적인 관념 때문이다.

 

나중에 사잣밥은 먹지 않고 버리며, 신은 장지에서 태워버린다.


제주에서는 지역이나 집안마다 차이가 있지만 사자상을 생략하기도 하는데, 대정지역에서는 사람이 운명하기 전에 편히 가시라는 의미로 체시상(差使床의 제주발음)을 차리는데 이는 염라대왕에게 고통 없이 편히 운명할 수 있도록 비는 무속이 습합된 의례다.


체시상은 원미(소금을 놓지 않은 미음), 술, 향, 수저 등을 상에 차려 놓고 편히 돌아갈 수 있게 빌고는 먼저 원미를 숟가락으로 세 번 마당을 향해 뿌리고, 다시 술 석 잔을 마당을 향해 뿌린다.


원미, 술을 세 번 뿌리는 이유는 3명의 저승차사가 망자를 데려간다는 민간 습속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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