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에서 만나는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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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제주시 한경면사무소
하늘이 파랗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도로에서 보는 노을 지는 바다는 처연하도록 아름답다. 제주올레 13코스다. 제주의 바다와 들녘의 봄을 느끼며 걷다보면 고사리숲 쉼팡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잃어버린 마을-조수리 하동’ 표지석이 있다. 40여 가구 200여명이 모여살던 하동 주민들은 1948년 12월 토벌대의 방화로 인근 해안마을로 뿔뿔이 흩어졌다.

1956년께 하동마을 정착단이 마을 재건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아 잃어버린 마을이 되었다.

낙천리 아홉굿마을을 지나면 만나는 저지리 수동마을회관 주변에선 4·3당시 쌓은 성터를 볼 수 있다.

올레 14코스 손바닥 선인장 마을 월령에서는 ‘무명천 할머니’로 불리는 고 진아영 할머니의 삶터를 만날 수 있다.

제주올레 길은 4·3의 길이다. 1코스의 성산포 터진목에서는 국내 최고의 절경지에서 수없이 희생된 주민들이 오버랩되고, 10코스에서는 송악산 주변의 일제 강점기 군사시설과 섯알오름에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 예비검속의 역사를 볼 수 있다. 17코스에서는 3·1사건의 무대였던 관덕정을, 18코스에서는 일제 강점기 만세운동의 진원지인 조천을, 19코스에서는 4·3의 대표적 학살마을인 북촌을 만날 수 있다.

‘놀멍 쉬멍 걸으멍’ 가는 제주올레에는 자연만이 아니라 제주 역사와 문화가 있다. 올해는 4·3 70주년을 맞는 해다. 수많은 사람들이 걷는 제주올레에서 4·3을 만나고, 제주 사람들의 고난에 찬 삶을 생각해보길 권한다. 4·3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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