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에 빼앗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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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오늘날 미세먼지는 지구촌 문제로 확산됐다. PM10이라고도 불리는 미세먼지는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0.01㎜)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입자라는 점에서 황사와 같다. 다만 미세먼지는 황사처럼 자연에서 발생하는 것만이 아니라 공장 등에서 인공적으로 배출된 것도 포함한다.

크기가 미세해 허파 깊숙이 들어와 호흡기 질환은 물론 뇌졸중을 유발한다. 그래서 요즘은 기상예보에서도 미세먼지 정보는 주요 아이템이 된다. 극심한 미세먼지를 빗대 겨울철 삼한사온이 이젠 ‘삼한사미’라고 불릴 정도다.

급기야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 가정이 많다. 호흡기 환자가 늘어서고 미세먼지용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는 일이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와닿는다.

▲근래 대기환경 예보를 체크하는 게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도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비상이다. 무엇보다 여러 주범 가운데 하나인 디젤차 운행을 손보는 모양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프랑스 파리, 그리스 아테네, 멕시코 멕시코시티는 2025년까지 디젤차 운행 금지를 선언했다고 한다. 또 이탈리아 로마는 2024년부터 디젤차의 도심 진입을 막겠다고 했다. 자동차 대국 독일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기오염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베이징이 가장 적극적이다. 미세먼지 적색경보가 발령되면 전기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홀짝제를 적용한다. 건축폐기물 운반차량 운행도 금지했다. 도로청소를 늘렸고 폭죽이나 길거리 구이가 금지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 우리 정부의 대책이라는 게 기막힐 노릇이다. 올 들어 네번째 내놓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보면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대기배출사업장 단축, 살수차 운행 등이 고작이다.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라는 요령도 제시했다.

말만 비상이지 하나같이 ‘사후약방문’ 처방이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각자가 알아서 대응하라는 거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오염지도가 확 바뀌었다. 이젠 미세먼지가 시도때도 없이 하늘을 뒤덮는다. 그런 매캐하고 뿌연 하늘을 보는 게 반가울 리 없다. 생각건대 지금껏 누린 맑은 공기는 자연으로부터 거저 받은 선물이었다. 물이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공기를 사 먹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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