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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당시 예비검속 북부지역 대상자 1000여 명, 총살·수장 등 집단 처형
제주공항서 유해 388구 발굴…북부지역 희생자 시신은 한 구도 없어
▲ 2008년 제주국제공항에 암매장됐던 4·3희생자 유골이 발굴돼 유족들에게 공개됐다.

4·3유해발굴은 4·3사업 중 최대 성과로 꼽힌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희생자에 대한 첫 발굴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원 확인 과정에선 이 외의 결과가 나왔다.

68년 전 제주경찰서 관할 제주북부지역(제주읍·애월면·조천면) 예비검속 희생자 수백 명이 집단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던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에선 이들의 유해가 나오지 않아서다.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어디에?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내무부 치안국은 후방의 민심 교란을 우려해 불순분자를 검거할 것을 도내 4개 경찰서(제주·모슬포·성산포·서귀포)에 지시했다.

검거된 이들은 4·3사건에 연루된 이유로 요시찰 대상자로 관리되던 귀순자·자수자·석방자였다.

경찰은 자의적 기준으로 구금하기도 했다. 무고나 밀고, 개인적인 원한으로 검거된 것이 그 사례다.

경찰은 공무원과 교사, 보도연맹원, 농민, 학생, 부녀자 등 1500여 명을 구금했다.

예비검속에 대한 지휘와 감독은 제주지구 계엄사령부, 즉 해병대사령부가 최종 권한을 가졌고, 총살도 직접 집행했다.

제주북부지역 1000여 명은 제주경찰서 유치장과 산지항 주정공장에 분산 수감됐다.

당시 각종 증언에 따르면 이들 중 500여 명은 1950년 8월 19~20일 양일간 제주비행장에 끌려가 총살당했다. 나머지 500여 명은 수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슬포경찰서에 구금된 218명은 대정읍 셋알오름 옛 일본군 탄약고에서 총살당했다.

서귀포경찰서 관할 3면(서귀·중문·남원면) 지역 80명은 1950년 7월 29일 군트럭에 실려간 뒤 행방불명됐다.

문형순 성산포경찰서장은 80명을 총살하라는 군의 명령을 거부, 성산포 관내에선 6명만 희생됐다.

예비검속 희생자를 찾기 위해 2007~2009년 3년간 최대 규모의 암매장지인 제주공항에선 대대적인 유해발굴이 진행됐다.

두개골 기준 388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어 유족과의 유전자 대조를 통해 현재까지 90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신원이 확인된 90구를 보면 ▲1949년 군사재판 사형수 47명 ▲서귀포 3면지역 예비검속 13명 ▲모슬포 예비검속 7명 ▲일반인 23명 등이다.

서귀포 앞바다에서 수장된 것으로 알려진 서귀포 3면지역 예비검속자와 셋알오름 탄약고에서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던 모슬포 예비검속자들의 유해가 뜻밖에 공항에서 발견됐다.

반면 공항에서 수백 명이 희생된 제주북부지역 예비검속자들은 단 한 구도 나오지 않았다.

 

▲ 공항 발굴현장에서 나온 M1 소총 탄피와 탄두.

▲유해발굴 9년 만에 재개

4·3 70주년을 맞아 제주북부지역 예비검속 희생자를 찾기 위한 공항 유해발굴 사업이 9년 만에 재개됐다.

 

증언자 조사에 따른 매장지는 ▲남북활주로 동쪽 뫼동산 ▲남북활주로 북서쪽 구역 ▲동서활주로 서북쪽 구역 ▲동서-남북활주로 교차 구역 ▲화물청사 동쪽 구역 등 5개 지점이다.

지난달 30일 제주4·3평화재단은 현장에서 위성위치시스템(GPS)을 활용해 옛 제주비행장의 지적도와 현재의 지도를 비교하는 지적 측량을 실시했다.

우선 암매장 당시 구덩이를 팠던 인부들의 증언과 뼛조각이 수시로 나왔던 남북활주로 북단 서쪽 구역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여기에 지하 매장물을 탐사할 수 있는 레이더(GPR)를 동원해 조사할 예정이다.

 

▲ 제주4·3평화기념관 공항 유해발굴 재현 모습.

문제는 유해발굴 예상 지점이 과거보다 7~15m나 복토된 데다, 1970~1980년대 활주로 공사로 유해들이 훼손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또 동서-남북활주로 교차구역과 화물청사 동쪽 부근은 항공안전을 위해 향후 작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장윤식 4·3평화재단 팀장은 “이번 발굴 목표는 제주북부지역 예비검속 희생자를 찾는 데 있다”며 “원활한 발굴사업을 위해 남북활주로를 임시 폐쇄하는 방안을 제주항공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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