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물려주신 보자기를 풀어서 하나하나 다시 보게 되었는데 낡아서 금방이라도 구멍이 떨어질 것 같은 조각보가 있었다.
콧등이 시큰했다. 우리가 입던 옷이며 이불에서 그래도 성한 곳을 오려 두었다가 조각조각 이어 만든 조각보다. 어머님은 뭉텅한 손으로 조각을 이으면서 어떤 생각했을까?
아마도 이 옷은 어떻게 해서 장만 했고 이 조각천은 어떻게 해서 마련했는지 아마도 조각난 천에서 추억을 더듬으며 행복한 미소와 아린 가슴으로 조용히 한숨을 토했을 것이다.
그래도 조각으로나마 내 곁에 남아 있어서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다 떨어진 어머님의 조각보를 보면서 내 마음에 조각보를 어루만져 본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지만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 새겨진 조각보를 꺼내어 보면 어떨까. 행복했던 순간과 아파했던 순간들 그리고 말 할 수 없이 속으로만 삼켜야 했던 아린 삶들이 이제 하나하나 이어 붙여져서 어제 보다 더 넓어진 조각보가 되었을 것이다.
이어 붙일 때마다 아린 곳은 이제 제 살이 되어버려서 자국만 남아 있다. 진솔하고 최선을 다한 곳의 무늬는 참으로 곱지만 그렇지 못한 곳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됐다. 우리들 마음속에 넓어진 조각보는 넓어질 때마다 아프고 쓰라렸지만 많은 것을 감쌀 수 있는 넉넉한 보자기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상처도 감쌀 수 있고 부족한 부분도 나눌 수 있는 넉넉한 조각보가 된 셈이다.
우리들의 넓은 조각보로 올 한해는 많은 것들을 감싸고 보듬어서 서로를 섬기고 나누며 돌보는 풍성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그래서 또 다시 한해를 마무리 할 때는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조각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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