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품(言品)
언품(言品)
  • 김범훈 기자
  • 승인 2008.01.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고로 사람은 말하는 존재다. 해서 사람이 있는 곳에는 말이 많기 마련이다.

그러나 말이 많다 보면 탈도 많고 설화(舌禍)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사람은 필요한 말, 유익한 말, 해야 될 말을 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전하고 존경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불필요한 말, 해로운 말, 해서는 안 될 말을 더 내뱉으면서 불행을 초래하는 경향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말 같지 않은 말, 실없는 말도 나올 수 있다.

이렇듯 앞 뒤 생각 없이 쏟아낸 말은 자신의 목을 죄는 부메랑이 된다고 한다.

잘못 나온 말은 상대방을 죽일 수도 있다고 한다.

말은 가능한 적게, 그리고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로부터 말의 절제와 그 중요성에 관한 금언(金言)이 적지 않다.

속담 가운데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가 대표적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삼업(三業)을 경계하라고 했다. 삼업은 몸으로 범하는 죄(罪)인 신업(身業), 입으로 범하는 죄인 구업(口業), 마음(생각)으로 범하는 죄인 의업(意業)을 일컫는다.

삼업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인생 전부가 흙탕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죄를 구업이라 하고, 항상 말을 조심하라고 했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TV 사극 ‘이산’의 정조(조선 22대왕 1777~1800 재위)는 “말로 한 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마부에게도 이놈, 저놈하고 부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대왕이라 해도 말에는 품격(品格)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동양에선 생각을 세 번 한 뒤에 말 한마디를 하라는 뜻인 삼사일언 (三思一言)이란 경구가 늘 회자된다. 이 말이 서로에게 필요한 말인지, 유익한 말인지, 꼭 해야 될 말인지를 생각한 후에 말을 하라는 가르침이다.

한번 내 뱉은 말은 되돌릴 수도 없고 그로 인한 혼돈과 혼란이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말의 신중성을 일깨우는 교훈이다.

바야흐로 ‘말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제주정가에도 말의 성찬(盛饌)이 더해질 것이다. 허나 이제부터는 거칠고, 감정적인 ‘악담’이나 ‘막말’은 자중했으면 싶다.

사람에게도 품격이 있듯이, 말에도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言品)이다.

선량(選良) 후보들의 절제된 언품을 기대한다.

법정스님은 ‘무소유’에서 “말이 많은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간에 그 내부는 비어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