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생명 지하수 - ⑦ 먹는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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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도외 반출 우여곡절 끝에 허용

1990년대 들어 무분별한 개발 외에도 제주의 지하수에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한 것은 생수 시판 문제였다.

1991년 여름, 정부는 관광호텔과 주한외국인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던 생수의 국내 시판을 이듬해부터 전면 허용하기로 하고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염수 침해에 따른 도내 지하수의 피해가 현실화되는 시점에 발표된 데다 적정 수준의 규제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돼 무차별 개발로 인한 지하수 고갈은 물론 도민 생존권 문제까지 제기됐다.

당시 도내에서는 한진그룹 계열의 ㈜제주생수가 영업 중이었다.
1984년 8월 당시 보사부로부터 ‘전량 수출 또는 주한외국인 대상 판매’ 조건으로 허가받은 제주생수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공식 광천음료로 지정돼 공급되는 등 제주 지하수의 우수성을 세계 각국에 알려 왔다.

생수 판매가 전면 허용될 경우 물 좋은 제주지역에 생수 제조업체가 증가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실정이었고, 결국 저장량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제주 지하수에 치명적인 타격이 우려됐다.

이 때문에 지하수의 다른 지방 반출을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문제로 대두됐다.

그러나 생수에 대한 시판 결정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생수 시판 허용이 지하수 오염과 고갈을 가속시키고 국민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가 하면 과소비를 부추길 가능성을 우려하는 국민 여론이 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생수 시판 문제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결정이 장기간 유보되면서 문민정부로 넘겨졌다.

한편 제주생수를 비롯해 8개사는 전량 수출 또는 주한외국인에게만 생수를 판매할 수 있도록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나 불법적인 국내 판매로 문제를 야기시켜 왔다.

제주생수의 경우 1990년 서울 주택가에서 2.5ℓ들이 12병이 포장된 것을 5500원에 판매하는 등 허가조건을 무시한 채 전체 생산량의 97%를 국내 시장에서 해소해 ‘제주인의 젖줄을 팔아 자기 뱃속 채우는 몰염치한 재벌’이라는 비난 여론이 도는 등 분위기가 냉랭했다.

해마다 전국의 생수제조업체에 대해 부당영업에 대한 조치로 과징금 부과처분이 반복됐다.

이에 반발한 풀무원샘물 등 8개 생수제조업체는 1990년 8월 보사부가 국내 시판을 이유로 영업제한고시 규정에 의해 240만원에서 1320만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1994년 3월 대법원이 국내 시판 제한에 대해 “원고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소비자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함으로써 생수제조업체들의 승리로 끝났다.

보사부는 곧바로 그동안 유보해 왔던 생수의 국내 판매를 허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존 수출조건부로 허가받은 14개 생수제조업체의 경우 수출조건의 해제를 통해 곧바로 시판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생수시장이 열리면서 제주도에는 양질의 지하수를 지키는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제주도는 보사부의 생수 국내 시판 전면 허용으로 민간업체의 도내 생수용 지하수 개발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시판용 지하수는 공영 개발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특별법 보완작업에 착수했다.

이어 도는 생수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먹는 샘물 개발사업에 나섰다.

1995년 11월 도는 제동흥산의 지하수 재이용허가를 내주면서 제동흥산에서 생산되는 먹는 샘물 판매와 관련해 전량 수출하거나 외국인에게만 판매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또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제주산 먹는 샘물의 우수성을 국내 소비시장에 홍보하기 위해 주문 생산을 요청할 경우 생산능력 범위에서 이를 공급한다는 부관을 달았다.

제주도의회 동의과정에서 제동흥산은 도에 홍보용 먹는 샘물 공급을 전제로 그동안 제한했던 국내 시판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도의회는 도의 결정을 원안대로 확정시켰다.
이에 반발한 제동흥산은 도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을 제기하고 나섰는가 하면 도는 강지순 정무부지사를 통해 공식 입장을 천명하는 등 먹는 샘물 국내 시판을 둘러싼 도와 제동흥산의 갈등은 전면 공방전으로 비화됐다.

양측은 각각 ‘국내 시판을 금지한 조건부 허가는 국민의 기본권인 영업의 자유 제한’,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특별법에 의한 금지조치는 법적 하자 없다’고 주장하며 대립의 각을 세웠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행정심판위원회는 1996년 9월 12일 “생산된 지하수의 판매처를 제한하거나 사실상 강제한 두 개의 부관은 헌법상의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또 이에 대한 근거 법률이 없으므로 위헌.위법으로 부당하다”며 제동흥산의 손을 들어줬다.

도는 헌법소원심판청구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각하와 대법원의 행정소송 기각으로 종결됐다.

한편 제동흥산은 건교부의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국내 시판의 길을 열었음에도 곧바로 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했던 행정소송을 취하했다.

이어 그해 11월 지하수 재이용허가에 따른 도의회의 동의안 심의 때 류기항 제동흥산 사장이 출석해 국내 시판을 하지 않겠다고 공표함으로써 제동흥산의 먹는 샘물 국내 시판 논란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제동흥산의 이 같은 결정은 도가 행정심판 이후 지하수 재이용 허가 불허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1998년 말 도는 먹는 샘물 판매와 이용 목적으로 도지방개발공사와 ㈜한국항공(옛 제동흥산)의 지하수 도외 반출 신청을 허가했다.

도지방개발공사는 먹는 샘물 제조.판매가 목적이었다.
한국항공은 계열그룹사 공급용으로 서울.부산 지역에 한해 연간 1만3964t의 지하수를 도외로 지속적으로 반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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