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천에 흐르는 詩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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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저녁, 쌀쌀한 날씨지만 해상호(산지천 중국피난선) 2층 조그만 홀엔 청객들로 꽉 차 있다.

이곳에선 매달 첫 금요일 저녁 8시면 제주시사랑회가 주최하는 시낭송회가 어김없이 열린다. 시낭송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시를 알리고, 각박한 현실에서 목마른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시의 전령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낭독은 원고를 보며 읽는 것이고, 낭송은 암송하는 것이다. 낭송은 시가 지니고 있는 빛깔과 향기를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시적 울림으로 감동을 전하는 소리예술의 하나인 것이다.

모국어를 가장 사랑한다는 프랑스에는 시를 낭송하는 카페가 수없이 많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시 낭송과목이 있어 성인이 되어서도 좋아하는 몇 편의 시를 외울 수 있을 만큼 생활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닥터지바고’의 작가 보리스파스테르나크는 소설가 전에 시 낭송으로 크게 인기를 누렸다. 또한 TV 연속극 ‘뿌리’에서 쿤타킨테의 할머니역을 했던 마야 앙걸루도 클린턴 대통령취임식 때 시낭송으로 좋은 평을 받았다.

감동을 주는 시 낭송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한다. 정확한 발음으로 고저장단을 잘 지켜 말맛을 잘 살려 가슴으로 낭송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연과 연, 행과 행의 이음과 끊음은 물론 쉼표, 마침표, 말줄임표도 호흡으로 연출하여 시 속에 감추어진 혼령을 불러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중의 가슴 속에 선율이 있게 하고 언어의 빛살로 생명의 불꽃을 일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낭송가는 한 편의 시를 낭송하기 위해 몇 날 아니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피나는 연습을 하는 것이리라. 사람의 목소리는 빛깔이 있고 온도가 있기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미지를 상승시켜 감동을 준다. 따라서 낭송되는 한 편의 좋은 시는 마음에 서정의 불꽃이 타올라 삶에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이다.

아무리 바쁜 일상일지라도 잠시 손을 놓고 귀를 열고 주옥같은 시향에 젖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늘 나는 영혼이 맑아짐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참으로 행복했다. 매월 첫 주 금요일 저녁 시가 흐르는 산지천의 해상호는 무료 탑승권을 늘 준비해 놓고 있다.

<오영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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