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회생의 선행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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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감귤 10여 만t 수매(㎏당 200원)로 번지던 불은 그런대로 껐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감귤 몰락에 대한 사과는 아직 없다. 물론 사과를 하고 안 하고는 자유다. 그런데 지금은 감귤농가들에 제주도의 감귤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어 신뢰 회복이 먼저 있어야 한다. 믿음이 없으면 아무런 일도 못한다(믿음은 솔직한 사과에서 움틀지 모른다).

그런 다음 감귤 생산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 ‘제주도를 믿고 동참해 주십시오’의 안민(安民)하는 일이 급선무다.

둘째는 상황 인식이다. 현재 감귤문제를 일과성의 사고로 봐 위험(risk) 수준에서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긴급 사태.사건으로 봐 위기(crisis) 관리로 갈 것인지에 따라 대처 방안은 달라진다. 그런데 공통된 것은 위기-감귤경제의 파탄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면 위기에 대한 요인분석, 평가에 의해 정책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정책개혁이 전개되려면 과거의 정책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 이에 따라 대증요법 방식이냐, 원인치료 방식이냐의 선택도 달라진다.

셋째는 문제 해결의 기본틀을 어디에 기초할 것인가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위기에 대한 요인분석, 평가에서 비롯돼 과수지원특별법 제정 등이 제시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참으로 속전속결이다. 일본의 것-과수에 대해 국가가 유통단계부터 계획을 세우고 가격이 떨어지면 채무이자를 감면하는 것 등을 참고로 예시하고 있다. 과연 이 법을 만듦으로써 감귤 과잉이 해소될 수 있고 가격이 떨어졌을 때 소득 보전이 될 수 있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하나의 법의 완성되려면 1년여 기간이 걸리는 것은 보통이고(2003년 노지감귤에 적용되기는 희박하다) 과잉 상태라고 볼 수 없는 사과.배 재배쪽에서 얼마만큼 협조적일지, 사과와 배 등은 장기 저장이 가능해 현재 과실계약출하사업(계약 참여농가에 대해서는 일정 수취가격을 보장)을 하고 있는 것도 감안하고 있는지, 그리고 주무부서인 농림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과.배 등의 주산지 도(道)와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등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전국의 채소.과수에 대한 정책을 법으로 요약.정책화해 놓은 것이 바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인데, 이 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여기에서 과수를 분리해 과수농안법 또는 과수지원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게 생각된다. 생각컨대 농안법에서 과잉시 생산조정 또는 출하조정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유통조정 명령제를 한 번이라도 제주도는 수용해 봤는가이다.

수용도 해 보지 않고 아예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고 하는 저의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물론 유통명령제는 시장조직화 정책으로서 강제규정도 있다. 어떤 법이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강제성을 내포하게 마련이다(자율성도 법에 기초해 이뤄진다). 이상(理想)하는 완전 명쾌한 법은 없다. 수정하며 활동하는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이제 현실적으로 제주도 감귤조례에 기초하는 감귤정책, 농안법에 기초하는 감귤정책, 아직은 그림의 떡인 과수지원특별법에 기초하는 감귤정책 중 어느 것을 기본틀로 삼아 문제를 풀어 나갈 것인지를 선택, 결정해야 한다. 명심할 것은 감귤도 대한민국의 작물이지 제주도만의 작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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