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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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겨울은 추웠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일주일 런던에 머무는 동안 매일 연극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계획은 첫날부터 어려움이 생겼다. 설마, 했는데 아니다 다를까 볼만한 것은 모두 만원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오페라의 유령’이었는데 6개월 전에 이미 매진이 되었다고 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있는데 희망적인 정보가 있었다. 당일, 줄을 서서 기다리면 아주 희박한 확률이지만 리턴티켓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거기에 희망을 걸었다. 저녁 여덟시 공연시간에 맞춰 당일 오후 2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지는 법. 공연 15분전에 표를 손에 넣는 행운을 얻었다.

다섯 시간을 꼼짝없이 서 있는 동안 춥고 배고팠다.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허 마제스티즈 씨어터’(Her Majesty’s Theater)에서 기대하던 그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n of the Opera)을 봤다. 무대는 최고였다.

런던에는 100여개의 극장이 있다. 특히 ‘소호’를 중심으로 한 상업극장가 ‘웨스트 엔드’에는 대소극장이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히트되는 작품들이 뉴욕의 브로드웨이로 수출되고 이는 실정이다.

아직도 장기흥행으로 공연되는 뮤지컬이 열 개가 넘고 ‘아가사크리스티’의 ‘마우스트랍프’는 50년이 넘게 지금도 공연을 하고 있다니 놀랍다.

그런가 하면 반드시 어딘가에서는 ‘세익스피어’의 극을 공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사방팔방으로 손을 써서 ‘리챠드 3세’의 표를 구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세익스피어’의 극을 영어로 공연하는 걸 봐야한다는 걸 느꼈다. 세익스피어의 극을 한국어로 공연하는 것은 우리의 판소리를 영어로 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챠드 3세’를 본 ‘로얄 세익스피어’극장 최상석 의자 뒤에는 개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뮤지컬, 연극, 콘서트를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런던의 밤은 추웠지만, 즐거웠다.

<김가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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