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교는 자주, 협동 등 부각... “시대상 반영 못해” 지적
최근 성폭행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육 현장에서는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구시대적 정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한 여중은 ‘순결(純潔)’을 교훈으로 삼고 있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이라고 순수함을 강조하는 부연 설명이 있었지만 ‘처녀성’으로도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대상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충남의 한 여고는 남녀 성평등 사회에 부응한다는 취지로 설립 이래 80여 년간 유지해 온 ‘진실, 순결, 정숙’이라는 교훈에서 ‘순결’과 ‘정숙’을 ‘창의’와 ‘봉사’로 대체하기도 했다.
이 밖에 도내 A여고와 B여고는 교표를 흰바탕으로 함으로써 순결을 뜻한다고 명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가하면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을 교화로 선정한 여학교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남학교에서는 ‘자주’, ‘자립’, ‘창조’, ‘협동’ 등 여학교보다 주체적이고 건설적인 의미를 담은 교훈이 더 많이 발견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상당수 여학교에서 성적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교훈 등을 양성 평등이라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채 버젓이 사용하면서 과거 여성의 지위, 결혼에 대한 인식을 관행적으로 답습한다는 게 학생들의 불만이다.
도내 여중·여고를 졸업한 한모씨(28)는 이와 관련, “성차별적 교훈을 통해 성차별적 메시지에 익숙해지면 편향적인 가치관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면서 “학교 역시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맞춰 시대착오적인 성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교육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