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는 왜 반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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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성 재 뉴질랜드 언론인

한반도 정세가 급격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추이는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전개다. 민족주의 정서에 바탕을 둔 한반도 평화정착 프로세스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속도를 낼수록 남남 갈등의 소지는 더 커지는 것 같다. 진보와 보수의 시각차가 첨예해지고 있다. 그러나 골을 메우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종종 가시 돋친 비판과 성토의 목소리가 들려올 뿐이다. 남북 간 긴장관계가 진보와 보수 간 긴장관계로 대치될지도 모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청산이라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도 소통 부재의 편 가르기,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진영 논리 속에서는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 될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다. 지난 번 정권에서 문제가 된 댓글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떠오르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정권이 진영 논리를 앞세우면 폐쇄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정의보다는 의리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된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척 하지만 자신들의 생각을 국민의 목소리로 위장하려는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자기들만의 리그를 메이저 리그, 국민 리그로 포장하려는 일종의 속임수를 쓰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유독 심한 팬클럽 정치가 큰 역할을 한다. 맹목적인 지지는 정당 등 공조직을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반민주적이다.

게다가 정권이 닫혀 있다 보니 밖에서 들려오는 쓴 소리는 정치공세로 치부해버린다. 양보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 대결 논리에 밀린다.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기보다 피아로 나뉘어 힘겨루기에 더 골몰한다. 국민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도덕이나 상식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정치 지도자,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이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아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배짱이 생기는 건 밀리면 진다는 대결 논리 때문이다.

공직자의 가장 큰 덕목은 도덕성이다. 나름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면 결격사유로 과감하게 선을 긋는 게 용기 있는 지도자다. 그러나 진영 논리에 갇혀 있으면 이런 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식의 구차한 논리에 매달린다.

정치가 건전한 상식에 바탕을 둔 토론 중심이 돼야 이런 문제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연설이나 성명, 발표와 같은 일방적인 주입식 정치가 아니라 여야가 마주 앉아 현안을 논의하는 쌍방향 소통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잘못된 것을 고칠 수 있는 기회도 그럴 때 생긴다. 국민과의 소통이든 여야 간 소통이든 소통의 기본은 쌍방향이어야 한다. 여야는 서로 국가를 위해 일하는 선의의 경쟁자이지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지도자들은 말만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자세부터 낮추어야 한다. 국회의원부터 지방의원에 이르기까지 국민 세금을 잘 못 쓰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정치인들이 공무상 쓴 택시비와 밥값까지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뉴질랜드 같은 나라도 있다는 걸 좀 배웠으면 한다. 적폐는 자기들만의 리그에 울타리를 쳐놓고 감시의 눈길을 차단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암 덩어리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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