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제대한 청년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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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논설위원

“요즘 난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며칠 전 제대한 아들이 말년 휴가 나왔을 때 가족에게 한 말이다. 결코 녹록지 않았을 22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하여 다니던 대학에 복학할 희망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아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제대하자마자 청년 일자리 걱정이다. 그럴 만도 하다. 체감 청년실업률이 24%이고 공무원시험 준비에 목매어 있는 대학생이 44만 명이다. 대견하다는 생각보다는 부모로서 가슴이 아프고 기성세대로서의 반성이 앞선다. 여태껏 부모, 학교, 지역사회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잘 해온 23살 아들에게 이제와 먹고 살 걱정과 일자리 고민만을 떠 안겨 주고 있으니.

더군다나 청년실업, 청년백수 등의 문제를 개인의 능력 부족, 게으름, 노력 부족 탓으로 돌려 스스로 체념하길 강요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다. 사실 청년취업문제는 개인과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다. 기업과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고 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 장기적 관점의 큰 틀에서 이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

지금은 인터넷 확산과 정보처리 능력의 획기적 발전을 기초로 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의 4차 산업혁명 사회다. 일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인 인공지능과 로봇이 현존하는 일자리 중 상당 부분을 빼앗아 갈 것이라고 걱정한다. 공공부문과 정규직만을 선호하는 기존 일자리 인식 차원에서 보면, 과거 ‘러다이트 운동’ 때처럼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이 일자리를 놓고 갈등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일자리는 ‘진화’한다. 핀테크와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3D프린팅, 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난다. 또한 ‘감성’을 주무기로 하는 인간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이를 위해 일자리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한편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창직(創職)과 창업(創業)이 일자리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 창업, 대학생 창업, 1인 창업, 스타트업 기업 등등. 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 공유경제와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뿐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 분야나 스마트 농업, 스마트 팜, 각종 스타트업 기업 등. 제주지역도 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들이 많이 있으며 제공하는 맞춤형, 생애주기별 지원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요즘 캐나다에서는 1인 가구 증가로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열풍이 불고 있다.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O2O, 온디맨드, 공유경제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어 긱 이코노미가 특정기술이나 능력에 대한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공공부문 정규직을 선호하는 우리로서는 긱 이코노미가 임시직·비정규직을 늘려 고용의 질을 떨어뜨릴 거라는 시기상조의 우려가 크다.

현재 평생 직장, 평생 직업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 더 이상 공공부문과 정규직 일자리만을 고집한다면 상황은 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급격한 변화 속도에 어울리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할 때이다. 청년 아들아. 4차 산업혁명 사회의 융복합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며 창의성을 가지고 변화하는 일자리에 젊음으로 도전해 보길 바란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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