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엘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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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헤지(hedge)란 본래 위험을 회피·분산시킨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오늘날 헤지펀드는 투기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수익 추구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약탈적 자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지 꽤 된다.

그중 하나가 요즘 한국에서 유명세를 타는 엘리엇 헤지펀드다. 엘리엇은 하버드대를 나온 폴 엘리엇 싱어가 1977년 설립한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다. 현재 35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엘리엇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자신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이익을 도모하는 행동주의 펀드”라고 주장한다. 반면 세계적 경제평론가들은 ‘벌처(Vulture)펀드의 전형’이라고 비유한다.

시체를 파먹는 콘도르처럼 마구잡이식 전략으로 이익만 취하면 다음 날 주식을 팔고 떠난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제동을 걸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양 측의 다툼은 일진일퇴의 법률 공방에 국민정서까지 가세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다행히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으로 일단락된 바 있다.

그랬던 엘리엇이 지난달에는 현대차 3개 계열사 지분 1조원어치를 갖고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달 초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국내 간판기업과 정부까지 해외 투기세력의 표적이 된 상황이다.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행동주의 펀드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난다.

▲급기야 엘리엇의 공세에 현대차그룹이 백기를 들었다는 소식이다. 엊그제 현대모비스 지분 1%대를 가진 엘리엇이 30%의 지분을 보유한 총수일가의 지배구조개편안을 쉽게 무너뜨린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선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제2, 제3의 엘리엇과 그들에게 당하는 제2, 제3의 현대차그룹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잠깐 사이 수익을 얻고 떠나면 끝인 투기자본을 경계할 일이다.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경영가치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독수리도 틈을 보이지 않는 상대에겐 덤벼들지 않는 법이다. 무엇보다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기업이든 나라든 대들보가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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