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으쓱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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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일단은 부서를 옮겨보죠!”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복지관에서 직업 적응훈련 과정을 받은 후, 직업재활하겠노라 포부 당당히 입사한 지적장애인이다. 벌써 2년이 훌쩍 지나 이제는 잘 적응하고 있겠지 생각했는데, 올해 들어 표정이 어둡다.

벚꽃이 눈부신 햇살 좋은 점심시간이었다. “점심 맛있게 먹었어요?” 곧잘 수다도 떨었었는데, 흘끔 쳐다보더니 대꾸도 없이 지나친다. 스멀스멀 피어나는 염려로 상담에 들어갔다. 사표 쓸 것이라 한다. 동료도 싫고 일도 재미가 없단다. 현재 일에 싫증이 난 게다.

부모 상담은 물론 당사자와 거듭되는 상담을 통하여 직업재활 의욕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부모님의 낙심에 어찌 위로를 해야 할지, 평생 자녀 걱정에 눈물이 마르셨는데, 이제는 직업 재활하여 사회인으로 홀로 서겠지 안도하는 순간에 다시 찾아온 위기다.

많이 아파 본 사람은 그만치 무디어질까. 아니다. 그 아픔이 어떤지 알기에 더욱 고통이 커지기도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얼마나 오래 버텨내야 하는지, 두려움과 아픔이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에게는 수시로 엄습해온다.

장애인 직업재활은 소중한 일이다. 인간으로서 일 할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것은 청년, 노인, 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만, 장애인에게는 기회와 더불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정부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지난 3월 직업재활 사례관리자 교육이 있어 충주에 다녀왔다. 보수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국에서 모인 직업재활 종사자들이 현실의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같이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토론은 늦은 시각까지 이어졌고, 밤이 깊어지며 분위기는 제주지역 복지에 대한 부러움으로 채워졌다.

장애인복지법의 기준에 맞춰 종사자를 배치해주는 지자체는 거의 없다. 제주도 역시 법적 기준의 2분의 1 수준의 인력 지원에 그쳤었는데, 제주도정의 결단으로 현재는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됐다. 종사자의 수는 서비스의 양적, 질적 수준에 직결된다. 그러니 전국의 부러움을 살 수밖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번 사례도 그렇다. 예전에는 담당과 팀장 둘이서 찾아야 했던 방안을 이제는 직업훈련교사와 사회복지사 그리고 담당, 팀장까지 5명이 모여서 의논한다. 부모와 당사자의 욕구를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그를 토대로 여러 가지 방안들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장애와 성격 등을 고려할 때 부서 재배치가 새로운 도전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직업훈련교사가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지원을 할 것이라 설명하는 동안 부모님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갔다. 장애인 당사자도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잘 되기를 기도하며 상담을 마쳤다.

복지 지원에 대한 결단은 한 가정을, 나아가 모두를 살리는 일이다. 선거에는 언제나 수많은 약속의 광풍이 분다. 약속의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는 도지사가 선택되길 소망한다.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고 나가는 도지사와 함께 자랑할 수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도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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