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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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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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사람의 눈으로 보이면 안 되는 것이 귀신의 존재이다. 있다 없다 선을 그어내기는 모호해 어디 한편을 들어줄 수도 없다.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풀 수 없지만, 관심의 대상이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지역방송에서 흉가 체험을 기획했는데 협조를 요청하는 전화에 몇 번을 거절했는데 마침 유명세를 타고 싶다는 이가 있어 그를 정면으로 세우고 얼굴 안 보이는 수준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허락했다. 날짜가 되어 동행하는 분들에게 경험을 들려주고 몇 가지 주의할 점을 당부하고 만나기로 한 장소를 찾고 있는데 위치를 가르치는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켜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다. 불안해하는 모습에 안정을 주고 도착하니 구경꾼이 마당을 채우고 있었다. 잠시 후 시작을 하려는데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방금 샀다는 손전등이 빛을 밝히려 하면 순차적으로 고장을 일으켜 못 쓰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포기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나름 방법을 찾고 달빛에 의지한 채 동물은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자기들만의 생각으로 개와 고양이를 들여보낸 후 결과를 지켜보는데 기대와 달리 너무나 자연스럽게 제집 드나들듯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연출 감독이 당황한 목소리로 왜 이러냐는 질문에 신의 영험함을 침이 마르게 자랑하던 무속인은 진도견이 아니어서 그럴 수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해댔다.

두고 볼 수가 없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동네 주민에게 근처에 저수지가 있냐 하니 그렇단다. 어떤 이유이든 물에 빠진 죽음이 있다는 확신에 소란스러움을 잠재우고 원혼도 달래줄 겸 이곳에 잠시 머무르는 대가로 당신의 원한을 풀어주겠다 하는 거래였다. 이내 여인의 혼이 나타났으며 분위기는 돌변하였다. 고양이는 털을 바짝 세운 후 무서운 공포심에 사로잡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개는 거품을 물고 쓰려져 떨고 있었다. 시간을 채워야 하는 당사자들의 입장은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가혹하다 싶어 그만하자 만류로 마무리를 해냈다. 일을 끝낸 후에 거들먹거리며 굿판을 벌이는 자칭 선생님과 그의 제자들을 남기고 혼자 했던 약속을 이행했다. 살아생전의 사사로운 감정을 씻어내고 다음을 기다리자.

며칠 후 볼 일이 있어 그곳을 지나는데 비슷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보람보다는 쓸쓸한 기억이며 해서는 안 될 위험한 장난이었다. 경각심을 주었다고 위로로 대신할 수 없는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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