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김정은 윈-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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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형,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있었다. 1953년 휴전협정을 맺은 지 6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정상 간 회합이었다.

김일성 주석이 그렇게 원했던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그 손자 대에 와서 성사시켰으니, 북한 지도부에게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더욱이 김정은 위원장이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과 동급으로 나란히 서서 악수하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도 이제 정상국가로 회귀하는 것인가 하는 기대도 가져보았다.

미·북 양 정상은 4가지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선언에 서명하였다.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노력, 북한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약속, 그리고 6·25 전사자 유해 수습 및 송환이다.

이 선언문에 대해 미국 내 주요 언론들은 매우 비판적이다. 그동안 미국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핵폐기)가 빠졌고, 북한이 언제까지 어떻게 비핵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그냥 추상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에 노력한다는 내용만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김정은 승리, 트럼프 패배라는 주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뉴욕 타임스, CNN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의 논조이다.

북한이 마지막까지 CVID에 대해 완강히 저항했기 때문에 회담 성사를 위해 결국 미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포괄적인 선언 정도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재단 전 이사 루이즈 선샤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아이 콘택트를 통해 의중을 떠보고 신뢰 구축에 방점을 두었다고 한다. 이런 정도의 목표라면, 이번 회담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듯이 향후 두 세 차례의 만남을 통해 더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선언문 서명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마도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 점을 끈질기게 요구했을 것이다. 중국과 북한이 쌍중단(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발사 중지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강조해온 점에 비추어 보면, 트럼프의 이 발언은 북한이 6개월 이상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 것에 대한 응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빼고 싶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주한미군 문제까지 한반도 비핵화에 포함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인지 매우 우려된다.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가들은 “정치인들의 번지르르한 말잔치나 협정문에 현혹되지 말고, 당사국들의 국익이 어디에 있는가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북한의 국익은 핵무기를 끝까지 조금이라도 보유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내는 것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을 경제적 이익 차원에서 본다.

즉, 북한의 비핵화보다 ICBM만 포기하게 하고 핵동결 정도에 만족하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반도에서 점차 발을 빼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이것이 트럼프가 주장하는 신고립주의적인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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