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과 CVID 이행 전망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과 CVID 이행 전망
  • 제주신보
  • 승인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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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위원/논설위원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산토스 섬에서의 미북정상회담은 세기의 역사적 만남이란 상징성 외에 미북 정상이 비핵화를 논하고 적대관계를 청산하려는 첫걸음을 뗀 의미 있는 회동이었다. 그런데 정상회담 합의문을 놓고 국내외적으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만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조치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비판론자들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이 없다고 한다. 핵심 의제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합의문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사실 공동합의문은 너무 포괄적이고 핵심의제인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 없다. 미북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추상적인 한반도 비핵화, 포로송환과 미군 유해복원이 강조된 합의문이다.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추상적인 내용뿐이라 북한 비핵화 조치가 실종되었다는 시각이다. 비핵화 시한은 물론 핵사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미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만 부각되어 김정은이 진정한 승리자로 되었다고 본다. CVID는 이제 핵협상 주도권을 쥔 김정은의 선의에 기대어야 하는 문제로 변질되었다고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나아가 6·12 공동합의문은 9·19합의나 4·27 판문점 선언보다도 한참 퇴보한 것으로 비난한다. 큰 틀의 ‘비핵화’는 약속했지만,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없어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발언으로 비판은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반면에 일각에선 시간을 갖고 과정(Process)을 지켜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짧은 합의문만 갖고 예단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이다. 남북 분단 후 전쟁까지 겪은 미북 쌍방의 최고 지도자가 첫 만남을 제3국에서 한 것 자체가 향후 진전을 위한 시작이란 입장이다. 그들은 미북이 직접 만나 생산적이면서 진솔하게 대화를 이어갔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과거의 적국이 우방이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몇 걸음 앞서 나간 발언에도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북한이 핵실험 터널을 폭파시키고 일부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한 것 또한 북한의 성의 있는 ‘선의’의 행동으로 봐야지 너무 폄훼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향후 워싱턴과 평양에서의 후속회담도 있을 것이고 협상팀들이 수시로 만나 의견을 조율하면서 비핵화 과정을 밟을 것이니 두고 보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자회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바로 합의문 과정(Process)이 시작한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은 정상회담 합의문을 환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CVID가 실종되었다는 부정적 평가에 대해 북한이 요구한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안전 보장)를 합의문에 담지 않는 것도 사실이란 입장이다.

앞으로의 합의문 이행과정이나 후속회담을 냉정하게 지켜봐야 하겠으나 합의문 자체만을 볼 때 CVID 작동은 회의적이다. 이면합의가 있더라도 구속력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 하든 내심엔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정치적 이해득실 셈법이 동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안위와 국익이 손실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과 관련 적의 의도가 아니라 능력에 주목하란 병가의 명언을 마음속 깊이 새기면서 상대를 경계하고, 상황을 냉정히 관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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