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을 기록의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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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논설위원

영국의 템스강 남쪽, 런던 동부지역에 그리니치라는 마을이 있다. 1675년에 세워진 그리니치 천문대(Royal observatory Greenwich)와 그리니치 평균시(Greenwich Mean Time, GMT)로 잘 알려진 마을이다. 기록이라는 것이 시공간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을 감안하면, 이 마을 사람들이 마을 기록을 중시하는 문화가 어쩌면 이런 문화적 기원에서 유래하였는지도 모르겠다.

2013년에서 2014년 이 그리니치 마을은 그리니치 마을에서 20년 이상 살았거나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그리니치 마을과 관계를 맺어온 100명 이상의 마을주민 구술생애사 프로젝트(Oral history project)를 수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뉴욕공공도서관(The New York Public Library)의 공동체 구술생애사 프로젝트(Community Oral History Project)로 수행되었는데, 마을 도서관과 마을 주민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이 구술 자료들은 “당신의 마을, 당신의 이야기(Your Village, Your Story)”로 웹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주민들의 구술생애사는 그리니치 마을의 194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마을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마을 주민 모두가 마을 역사의 생산자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런 작업이 마을 공동체를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로 생각하였다. 마을 주민과 공동체가 경험한 다양한 생활의 궤적을 정리하는 작업은 마을의 미래 세대를 위하여 마을 자산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였다. 이들은 영상 및 음성 구술, 사진 등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마을 기록 작업을 진행하였다.

마을 기록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필요성을 함유하고 있다. 하나는 세계가 급속히 지식 기반 사회로 접어들면서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하고 있고, 데이터는 하나의 권력이자 자산이 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그 점에서 마을을 자원으로 한 세계적 지식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사회의 가장 기초단위이기도 한 마을이 사회변동 때마다 위기에 봉착하고 주민들의 정체성(Identity) 혼란 문제가 가중되면서 마을과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하나의 사회·심리적 측면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양 측면을 고려한다면 한 마디로 공동체를 보존하면서 미래자산을 만드는 과정으로서 마을 기록 사업들에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강원도 주민들이 강원도아카이브협동조합을 만들어 원주, 춘천, 강릉 등 현재의 도시 사람들의 24시간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지만 제주에서도 소도리 네트워크가 팟 캐스트 운영방식으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기록화하고 있다. 지금 제주 마을 기록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해방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주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자산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다.

오늘날 제주도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제주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 첫 걸음은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로부터 해답이 있지 않을까?

현재 마을에 대해 구술을 해줄 수 있는 70~80대 연령의 전체 어르신들은 5만 가량이지만, 건강, 실제 거주문제, 구술가능 여건을 고려한다면 모집단수는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지금 시기가 단절 없는 제주 마을 이야기를 기록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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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2018-06-29 20:35:59
아. 기본적인건 확인해보시고 글을 쓰셔얄텐데
원주내용은 완전 소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