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가방/김성라
짧은 단편만화 속에 한 계절의 제주가 담겨있는 책이 발간됐다. 김성라 작가가 ‘고사리 가방’을 펴냈다. 제주, 하면 생각나는 것들. 알싸한 바람과 숲, 주인 없는 억새밭, 너른 들판, 외국어만큼이나 낯선 토속 사투리, 첫밤의 느긋함과 마지막밤의 서운함,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공항의 풍경 등이 만화 속에 담겼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그리고 쓴 김성라 작가의 자전적 만화 에세이다.
4월, 서울의 삶이 너무 많거나 너무 바쁘거나 너무 화려해서 ‘내’가 완전히 지쳐버렸을 때쯤, 제주는 고사리 한철이 시작된다. 새벽 첫차가 동네 아낙들을 가득 태우고 중산간 지대로 향할 때, 4월의 일주일, ‘나’도 엄마의 바람길에 친구가 된다. 봄의 제주, 봄의 숲에 불어오는 알싸한 아침 바람. 온통 연둣빛 속에 자연의 보물처럼 쏙쏙 숨어 있는 고사리 꺾으러.
책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빨리 걷느라 발 조꼬띠(발 가까이)의 것도 못 챙기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일 년에 한 번쯤 바람이 날 때, 바람이 나고 싶을 때, 든든한 친구가 되어 줄 책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 쉼표를 찍어 보면 어떨까?
작가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일러스트레이터로, 작가로 생활하고 있다. 독립출판물 ‘돼지섬’, ‘돼지씨의 옷장’을 펴냈다.
사계절 刊, 1만2500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