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의식의 타자, 예멘 난민
불안 의식의 타자, 예멘 난민
  • 제주신보
  • 승인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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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몸의 균형이 깨지면 특정 부위가 아파온다. 우리가 느끼는 허기는 외부 에너지로 몸의 균형을 잡으려는 것이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는 단순히 난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불안 의식이 만들어낸 갈등 지점이다. 법무부가 난민 허가를 엄격히 적용하고, 까다롭게 한다고 해결될 수 없는, 문제 이상의 문제다.

예멘 난민 문제는 이슬람과 테러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문제를 더욱 확대시킨다. 500여 명의 예민인들이 무슬림이요, 테러리스트가 될 공산이 있단다. 중동에서 온 무슬림에 대한 거부감,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 현상이다. 무슬림이 모두 테러리스트라는 것은 거짓이지만, 유럽에서 이슬람 난민들이 행한 테러로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여기에다 난민들이 수를 늘려 유럽 전역을 무슬림으로 만들어 국가를 차지할 거라는 주장이 국내의 기독교인들까지 불안하게 한다.

그런데 이 불안감은 우리나라가 한순간에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500여 예멘 사람들을 다시 전쟁터로 추방한다고 불안감이 해소되고 평화가 보장될까? 그것은 국제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문제다. 이슬람에 대한 편견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랍 지역에 폭력적 전쟁을 벌이면서 부추겨진 것이다. 자신들이 겪는 경제 위기가 모두 무슬림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편견을 만들어 내면서 말이다. 하루 빨리 중동 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 평화 없이 난민 발생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방법은 없으며, 전쟁 종식 없이 유럽을 비롯한 모든 나라에서 난민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은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난민 이동 발생의 조건을 제거할 철저한 경제 변혁이다. 난민의 주원인은 글로벌 자본주의와 그 지정학적 게임이다. 이를 철저히 바꾸지 않으면 머지않아 아프리카 난민에 이어 그리스와 다른 유럽 국가의 난민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새로운 계급투쟁』, 109쪽)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슬림과 서구 자유주의자가 공존하려면 “모두가 의무적으로 지킬 최소한의 규범”을 만들고, “상이한 생활방식에 무조건적 관용”을 행해야 함을 말한다.(105~106쪽)

제주에서 예멘 난민들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제주 공동체의 붕괴’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관광과 통과 목적으로 한 달간 체류할 수 있는 제주도의 무사증 제도가 불법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합법적으로 여권과 비자를 가지고 입국해야 하는데, 제주는 이 무사증 제도 때문에 이런 난민까지 받아들여 떠맡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무사증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예멘 난민 이전부터 무사증 제도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외국인들을 제주로 끌어들여 관광 수입을 올리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런 무사증 제도를 없애자는 것은 최근 중국인들이 제주의 토지를 사들여 건물을 짓고, 중국인 천지가 되고 있다는 자괴감이 끼어든 주장이다. 이는 예멘 난민 문제를 떠나 제주와 대한민국 정부가 함께 풀어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