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라:애랑&배비장' 무대에서 사라져
7억 들인 '만덕', '서울예술의 전당' 공연 취소
"수정·보완해 완성도 높이고, 지역예술인 활용"
수억원의 혈세가 투입돼 제주만의 지역색을 담아 제작된 창작 공연의 생명이 너무 짧다. 또 몇몇 공연은 중앙 무대 진출을 노렸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창작 오페라 ‘백록담’, 오페라 ‘라:애랑&배비장’, 뮤지컬 ‘만덕’이 대표적이다.
‘백록담’은 2002년 1억 5000만원을 투입해 제작된 작품이다. 작품은 ‘설문대할망’과 제주여성 ‘홍윤애’와 조정철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국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와 공립예술단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도민들과 예술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초연 이후 5~6년 정도 공연이 무대에 올랐지만 지금은 공연 계획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이 2009년 제주시로 저작권이 등록됐기 때문에 시가 관심을 기울이기만 하면 얼마든지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예술인은 “공연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었는데 단체장이 바뀌면서 결국 무대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라:애랑&배비장’은 제주특별자치도가 2013년 제주문화예술재단 공모 사업을 통해 선발한 작품으로 3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공연은 단 3차례로 끝나며 제주도의회의 질책을 받았다. 당시 제주도 문화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8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이라서 추가 공연이 어렵다”고 대답해 논란이 됐다. 또 예산운용에 있어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7억의 예산을 들여 제작된 ‘만덕’은 제주만의 색을 입힌 대표 공연으로서 전국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지난 1월 ‘만덕’ 공연을 올리며 5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계획은 무산되며 오는 10월 6일부터 9일까지 도내에서 7차례 공연을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 서울 예술의 전당 관계자는 “공연이 잡히긴 했지만 제주시와 제작사가 완성도를 높여 서울에서 선보이겠다며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예술가들은 “지속적 공연을 위해선 기존 작품에서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해야 한다”며 “제주의 색을 담은 창작 공연이 무대에 올려질 수 있도록 제주예술인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