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중국 피항 한국 어선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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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준,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

지난 6월 29일이었다. 이미 며칠 전부터 관련 정보는 파악하고 있었지만,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급격히 한반도로 직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태풍 대비와 대응은 매년 반복되지만 이번 태풍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방향도 제주도를 향하고 있어 예년과는 달리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제주·서귀포해양경찰서와 긴급 상황 판단회의에서 도내 등록어선 1900여 척과 제주와 육지부를 운항하는 8개 항로 12척의 여객선 및 유·도선 33척 그리고 53개의 수상레저사업장 등의 출어선 및 다중이용선박의 현장 안전관리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북위 32도 이남, 서귀포 남방 약 230해리 떨어진 먼 바다로 갈치 조업을 나간 150여 척의 우리 어선과 선원들의 안전확보 유지에 고민이 생겼다.

말이 쉽지 230해리! 이 해역은 우리보다는 중국, 대만과 더욱 가까우며, 육상거리로는 약 420㎞ 이상으로, 일반 어선으로 가기에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또한 150여 척이면 1척당 선원을 평균 10명으로 볼 때 약 1500명에 이르는 우리 바다 가족이 먼 바다에서 태풍의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바다 한가운데서.

제주해경은 대형함정 두 척을 현지에 급파해 피항하는 데 동행하기로 했다. 태풍이 오면 모든 선박은 물론 관공선도 피항을 하지만, 우리의 안전을 고려할 계제가 아니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위험이 노출된 상황이 아닌가?

급파된 경비함정들은 밤낮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우리 어선 하나하나 빠짐없이 통신기와 각종 방송망 등을 이용해 국내 피항을 권고했고 교신이 안 되는 어선들에 대해서는 기적으로 소리를 내고, 서치라이트를 비추어 가며, 안전해역으로 이동하도록 목 타게 외쳤다.

밤낮 없는 대응으로 80여 척은 국내로 대피했으나, 나머지 60여 척은 어선 속도가 느리거나 경제적 이유로 조업을 계속한 후 이동하겠다는 집념(?)으로 현장에 그대로 남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어선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이때 중국 닝보(寧波) 주변해역이 가항반원에 있어서 안전하다고 판단됐다. 지역 이름처럼 파도가 잔잔하다는 해역이다. 태풍의 진로를 감안할 때 태풍의 왼쪽에 위치한 위 해역으로 어선을 유도하면 안전하게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고려했다. 해경함정에서는 60여 척의 어선들을 닝보해역으로 갈 것을 권고하고 난 후 다시 긴급피난 어선들과 함께 태풍을 견뎌내기로 결심한다. 사상 유례 없는 결정이었다. ‘먼 바다에 바다 가족들을 놔두고 어찌 우리만 피할 수 있겠는가! 누가 이들을 지킬 것인가! 그래, 우리다.’

그렇게 어업에 종사하는 우리 바다 가족과 함께하기로 결정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대형 경비함정 1척은 그들 곁에 있다.

태풍이 소멸되면, 이 함정들은 즉시 남방해역에서 다시 작전 업무에 돌입한다.

한바탕 비바람이 지난 후, 오늘 오후의 제주하늘은 모처럼 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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