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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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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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환경운동가·수필가

햇빛 강한 여름 한낮이다. 개통한 지 얼마 안 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사각지대인 모퉁이를 돌아 지나갔다. 심고 얼마 안 된 가로수 작은 그늘 밑에 수박장수가 언 듯 보였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후진으로 다가갔다. 조금은 이상하다. 차량도 많지 않은 도로, 그것도 지나칠 확률이 높은 사각지대에서 장사라니.

수박은 20여 덩이에 불과했다. 끝물이 섞여 있었지만 수박은 좋아 보였다. 수박 장수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다. 수박 값을 물었더니 쳐다보지도 않고 장사치처럼 소리를 냅다 지른다. 하지만 조금 어눌한 발음이다.

“하나에 4000언, 두 개에 만언,”

마트에서 사는 값에 비하면 많이 싼데 어리둥절하다. 두 개를 사면 비싸지는 계산법이라니. 두 개 사고 싶은데 8000원에 달라고 했더니 손사래 친다. 그럼 하나 사고 다시 하나를 사겠다고 했더니 안 된다며 하나만 사라한다.

지인과 도청에서 만나기로 시간약속을 했기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한 덩이만 사고 출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 덩이 더 사야겠다는 오기를 부리며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운전하며 생각해본다. ‘조금 모자란 사람일까, 아니면 장난으로 그러는 걸까, 뭔 사연이 있나?’ 그런 가격의 이유를 꼭 알고 싶은 궁금증에 수박 장수가 자꾸 떠올랐다.

일을 다 처리하고 나니 한 시간 정도 흘렀다. 그 장소에 도착했으나 수박 장수는 가버리고 없었다. 값싼 수박을 더 사지 못한 후회와 가격의 궁금증을 풀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이듬해 봄, 수박 모종 100여 개를 심었다. 온 정성을 다하여 물주고, 돌봐 줬더니 커다란 수박이 햇빛에 반짝거렸다. 지인들과 나눠 먹는다 해도 너무 많다. 그렇다고 팔아 본 적이 없어서 팔기도 낯설다.

집에서 놀고 있는 경운기에 간단한 그늘막을 설치하고 ‘무인 경운기 마트’라고 써 붙였다. 고장 난 스피커 통을 구멍 내어 곁에 두고 돈은 그리 넣으시라. 적어 놓고, 마트에서 1만원~1만5000원 하는 수박을 5000원이라 적었다. 소소한 공짜 물건도 더러 두었다.

값이 싸서 그런지 잘 팔렸다. 인정 넘치는 경운기 마트라고 인터넷에까지 올라있었다. 수박은 턱없이 모자랐다. 수박 판매액이 하루 오 만원 정도여야 하는데 그보다 늘 많이 들어있었다. 어떤 사람은 다섯 덩이를 갖다 놓자마자 내 앞에서 모두 사가 버렸다. 한 사람이 하나씩만 사 갔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문득 지난여름 그 수박 장수가 떠올랐다. ‘20여 덩이만 남은 수박을 헐값에 팔면서 여러 사람에게 나누려는 생각이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니 그 수박 장수가 성현처럼 느껴졌다.

스피커 통 옆에 걸어 놓은 작은 수첩에는 경운기 마트의 성공을 기원하는 글과 좋은 물건을 싼값에 구매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글이 늘어갔다. 그 글을 읽으며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기쁨이 넘쳐나 마음을 살찌웠다.

경운기 마트가 믿음과 나눔을 알게 했다. 나머지 끝물 수박을 한 덩이에 한해서 공짜라고 써 놓았다. 쪽파를 심다가 남은 것도 한 봉지만 가져가면 공짜라고 적어 놓았다.

많은 사람이 나누며 살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것 일게다. 조금만 돌아보면 방법은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