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최대 학살터였던 제주국제공항에서 희생자 유해발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특별자치도는 10일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쪽 ‘뫼동산 인근’ 시굴지점에서 유해발굴의 성공과 무탈한 현장 작업을 기원하기 위한 개토제를 봉행했다.
이날 제례는 경과보고, 주제사, 추도사, 인사말, 개토 제례, 합동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개토제례의 초헌관은 양윤경 4·3 희생자유족회장, 아헌관은 김두운 제주4·3유족회 행방불면인협의회 제주위원회 위원장, 종헌관은 홍성효 북부예비검속 유족회장이 각각 맡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등이 시삽을 통해 유해발굴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주제사를 통해 “4·3 70주년을 맞아 재개되는 유해 발굴이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며 “희생자들이 하루빨리 밝은 세상에서 편안히 영면하시기 간절히 기원하며, 최후의 유해까지 가족 품에 안겨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발굴 작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제례 내내 눈물을 보이던 유족 양유길 할머니(83)는 “4·3 당시 희생된 오빠의 유골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며 “자신 때문에 오빠들이 희생당한 것 같아 평생에 한으로 남아 있는데 이번에는 꼭 찾아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효 북부예비검속 유족회장은 “예비검속으로 잡혔다가 희생된 이들의 유해가 꼭 발견돼 양지바른 곳으로 모실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며 “수십년이 지났지만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한을 뒤늦게라도 풀어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4·3진상보고서와 각종 증언에 따르면 제주공항(옛 정뜨르비행장)에서는 1949년 10월 군사재판에서 선고를 받은 사형수 249명을 비롯해 예비검속자 등 최대 800명이 집단 총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도는 2007~2009년 공항 유해발굴 작업을 통해 388구의 유해를 발굴했고 이 중 90여 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러나 300여 명의 희생된 제주북부지역 예비검속 희생자들은 그간 단 한 구의 유해도 나오지 않아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8년 만에 재개된 발굴 작업은 오는 11월 마무리될 전망이다.
공항 내 발굴 대상지는 남북활주로 동쪽 뫼동산 인근, 남북활주로 서북쪽, 남북활주로 동북쪽 등 3개 지점이다.
제주공항 활주로 외에도 공항 외부 남쪽 1개소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북촌리,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등에서도 발굴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