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 권불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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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정치부장

지난 6·13지방선거는 이미 출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70%대를 넘나드는 문 대통령의 탄탄한 지지도, 촛불혁명이 불러온 전직 대통령의 구속, 대선 패배에도 반성과 쇄신 없이 끝없이 분열된 보수 야당의 이합집산 등등.

선거기간 내내 막말로 더불어민주당의 ‘엑스맨’이라는 별명에 이어 민주당 압승의 일등공신은 홍준표 전 대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홍 전 대표의 궤변과 억지 주장에 소속 당 후보들은 지원 유세 거부 소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제주도의회 의원 선거에서 모 지역구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A후보는 당의 상징인 빨간색 점퍼 대신 무소속을 상징하는 하얀색 점퍼를 입고 유세를 벌였다.

B후보의 홍보 현수막은 온통 하얀색에 기호 2번은 크게 썼지만 ‘자유한국당’은 보일락 말락했다.

도의원 선거 결과를 요약하면 ‘9명만 빼고 민주당 천하’가 됐다.

정당을 가질 수 없는 교육의원 5석을 포함한 전체 의석 43석 중 민주당은 과반 의석(22석)을 넘어 29석(67%)을 차지했다.

1995년 지방선거 부활 이후 민주당이 이처럼 압승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계추를 12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06년 개원한 제8대 제주도의회에는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22명이나 입성했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8명에 머물렀다.

특히 16명에 이르는 한나라당 초선 의원 그룹은 막강 파워를 과시했다. 초선 그룹은 당내에서 압도적인 수적 우위(16명)를 바탕으로 재선 그룹(6명)을 제치고 주도세력으로 떠올랐다.

초선 그룹의 힘은 대단했다. 인기가 높은 환경도시위와 문화관광위에 대거 포진하면서 힘을 과시했다. 반면 선호도가 낮은 복지안전위와 농수축·지식산업위, 교육위 등에는 재선 그룹들이 많이 배정됐다.

이로 인해 의정 파트너인 열린우리당과의 협상에서 타협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의정 선배인 재선 그룹에 대한 양보와 겸손의 미덕이 부족했다는 질책이 이어졌다.

이달 초 민주당이 압승한 11대 전반기 의회가 개원했다.

자유한국당 1명과 바른미래당 1명, 보수 정당에 몸담았던 무소속 3명 등 5명이 야권 연합으로 ‘희망제주’를 결성해 교섭단체를 구성했다. 그런데 이들은 민주당이 교섭단체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한 예로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민주당은 이미 의원총회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해버렸다고 하소연했다.

희망제주에선 전반기 문화관광체육위원장 1석을 가져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2년 뒤 후반기 의회에서 상임위원장 1석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면서 의정 운영을 독점하게 됐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고 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막강한 권력이라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변화무쌍한 생명력을 가진 정치는 영원히 절대 권력을 가질 수 없다. 민주당은 권력에 취해선 안 되고 비(非) 민주당은 반성은 하되 좌절해서는 안 된다.

4년 뒤에도 민주당 천하의 의회가 될지는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고 선거에 처음 나왔을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의정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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