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토박이가 쓴 도내 문화유산 답사기 두 번째 책이 출간됐다. 1990년대 중반부터 도내 유적지나 문화유산 등을 살펴보고 둘러본 이야기들을 엮은 4년 전의 책에서 빠뜨려서 안타까웠던 부분을 모아 다시 두 번째 책으로 버무려 냈다.
첫 번째 책처럼 이번에도 저자는 테마를 11개로 나눠 섬 구석구석을 살핀 흔적을 녹여 내고 있다. 제주섬의 탄생부터 선사시대를 거쳐 탐라의 등장, 그리고 불과 30여 년 전까지 섬의 중심이었던 원도심을 비롯해 민속신앙 유산, 돌담에 이어 지역에서 발생했던 민란까지 들여다 본다.
그렇다고 학술적이고 전문가적인 수준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연구결과물은 아니다. 그동안 저자가 찾아 다녔던 문화유산들이 각종 개발로 인해 사라져 가고, 변형되고, 뒤틀려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이 곳곳에 묻어난다. 저자는 탐라 1000년, 제주 1000년 등 2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고도(古都)임에도 불구하고 원도심 내에 그러한 연륜에 걸맞은 유산이 없다는 것에 탄식한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의 고색창연한 건물과 거리, 그리고 골목길, 상점가를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고도(古都)에는 그런 역사성을 증언해줄 유적들이 변변치 않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관심을 갖고 보면 그래도 적잖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닌 곳들에 대해 앞서 연구해 온 분들의 자료를 찾아보고, 느끼게 된 것들을 정리하면서 나름 저자의 스토리텔링을 가미했다. 그래서 이 책은 무겁지 않고 쉽게 읽힌다.
저자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우리주변에 문화재나 문화유산, 그리고 이야기 거리들이 도내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은 도내에 있는 사람들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도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창이 될 것이다.
책과나무 刊, 1만5000원.
